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고들 하며 세무조사를 한다면 지레 뒷걸음부터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법적으로 문제없이 세금을 잘 내는 기업도 굳이 마다하며 피하려고 드는 것은 그만큼 꼼꼼한 사정 앞에서는 자신이 없다는 말도 되고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기 싫다는 이유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세무조사라는 말이 일상용어처럼 들리게 생겼다.

지난 2013년에 개정된 지방세법에 의하면 기업들의 지방법인세 징수권이 국세청에서 각 기초자치단체로 넘어갔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방 재정에 힘을 실어 주고자 개정한 것인데 문제는 징수권뿐만 아니라 사정권까지 함께 따라간다는 것이다. 관내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 관심도 없던 기초자치단체는 이제 손가락을 꼽으며 관내 기업들의 명세표를 만들게 생겼다.

관내 기업들이 제대로 기업성과를 보고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언제라도 세무조사를 하여 추징금을 걷어낼 수 있으니 기업들에 대한 꼼꼼한 분석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반면 기업들은 세금 부분은 물론 지자체에 대해서 더 입지가 좁아졌다. 기업이 위치한 지자체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기업 활동이 수월치 않게 될까봐도 걱정이다. 게다가 작년까지는 법인세가 10%로 고정되어 고지대로 납부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지자체가 법인들의 재무제표를 제출받아 직접 소득세를 결정하도록 해 지자체의 파워가 매우 강력해진다. 그동안은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서 방치됐지만 당장 올해 5월부터 논란이 될 것 같아 정부는 부랴부랴 3년 잠정적인 유예기간을 두어 지자체의 세무조사를 막아두었다.

정부가 법을 개정하면서 이 법이 일으키는 파급효과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미숙함이 원인이 다.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미미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그럼 지방세라도 떼 줄 테니 잘해봐라 했는데 세무조사 권한까지 따라가자 관련 공무원도 기업도 지자체도 모두 놀라버렸다. 그제서야 당장 일으킬 혼란이 눈앞에 보였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나 몰라라 하던 지자체 단장과 업무가 무엇인지 살펴서 알아서 협조하고 기어야 하며 언제든 요구하면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지자체 세무공무원들은 기업의 성과물을 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재무제표를 보고 얼마만큼의 과세를 할지도 결정해야 하는 등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프로그램의 보완도 필요하다. 법 개정은 2013년 말에 이루어졌지만 아무도 이에 따른 영향을 짚어보지 않은 까닭에 이제야 관심을 받고 급하게 유예기간으로 시간을 벌어두는 작금의 행태가 바로 우리 현실이다.

지자체를 무시할 수 없는 기업의 경영환경은 앞으로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지자체 장이 정치적 전략으로 관내 기업을 조정할 수도 있고 본사와 지사가 전국 도처에 있는 기업들은 정부나 정치인사의 영향력은 물론 전국 지자체의 행정에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니 단순히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고 예상되는 혼란이 사라질 리도 만무하고 전망되는 압력과 비리가 없어질 리도 없을 것이다. 근원이 되는 법안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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