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연설서 재건 촉구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럽을 ‘늙고 지친 할머니(grandmother)’라고 지칭해 눈길을 끈다.
로이터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 의회 연설에서 높은 청년 실업률, 이민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을 ‘늙고 지친 할머니(grandmother)’라고 표현했다.
교황이 유럽의회를 방문한 것은 지난 1988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유럽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할머니’처럼 피로하고 노쇠한 유럽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유럽은 더 이상 비옥하지도 생동감 넘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 영감을 줬던 거대한 이상들이 매력을 잃은 것 같다”며 “그 자리를 관료주의가 차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황은 또한 이민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 높은 청년 실업률, 무분별한 소비지상주의 등을 거론하며 유럽연합(EU)이 세계2차대전 이후 유럽연합 창설의 모태가 됐던 평화와 동료의식이라는 기본 원칙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사람들이 소모적이고 착취가능한 기계의 한 부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단합되고 평화로운 유럽이라는 위대한 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신뢰 회복이 젊은 세대부터 시작될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어떻게 재건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교황은 또한 유럽의회에서 민족주의와 반(反)EU, 반(反)이민정당들이 세를 늘리는 것을 겨냥해 “EU가 공동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지중해가 난민들을 수장시키는 ‘거대한 무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글로벌 경제시스템이 부의 분배에 실패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섬 람페두자로 오려다가 사망하고 있다”며 유럽 지도자들에게 더 이상 지중해가 이민자들의 무덤이 되지 않도록 공동대응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유럽은 경제가 아닌 인류의 신성함을 중심축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오려던 난민 중 약 3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