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출처: 뉴시스)

“호화판 대통령궁 첫 손님으로 소탈한 교황 어울리지 않아”
교황청 “정부가 초대한 곳으로 갈 뿐… 교황과 상관없어”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터키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호화 건축’으로 논란이 됐던 새 대통령궁을 방문한 첫 외부 인사가 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평소 청렴하고 검소한 모습을 보이며 ‘빈자의 교황’으로 일컬어지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대판 아방궁’으로 불리는 터키의 초호화 대통령궁 ‘아크 사라이(흰 궁전)’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난 것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NBC뉴스 등 외신은 터키 방문 전부터 “교황의 소탈한 이미지는 1000개 이상의 방이 있는 호화판 대통령궁의 첫 손님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BC는 30만㎡ 부지 위에 세워진 새 대통령궁은 백악관 크기의 30배에 달하며, 전 세계 대통령 거주지 가운데 가장 크다고 소개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교황이 아크 사라이를 방문하는 것은 공사비만 6억 1500만 달러(약 7000억 원)를 쏟아 부은 대통령궁 건설을 용인하는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아크 사라이는 특히 앙카라 도심 녹지인 ‘아타튀르크 숲 농장(AOC)’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크게 논란이 됐다. 아타튀르크 숲 농장은 터키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이름을 딴 곳으로 1937년 아타튀르크가 직접 국가에 헌납했으며 20년 넘게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법원은 대통령궁 건설이 아타튀르크 숲 농장의 복구가 힘들 정도로 손상을 가져오고 도시계획 법규를 위반했다며 공사중단 판결을 내렸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비난을 무릅쓰고 공사를 강행했다.

테즈칸 카라쿠쉬 칸단 앙카라 건축가협회 회장은 NBC에 “우린 교황이 이 건물을 법적으로 승인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국제법에 따라 불법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아타튀르크 숲 농장을 보존하기 위해 싸울 것이고 모든 국빈 방문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황청은 터키 방문이 정부의 초청에 따른 것이므로 정부가 초대한 곳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대통령이 교황을 영접하러 결정한 곳이 어느 곳이건 교황은 초청을 받으면 그곳으로 갈 것이고 다른 이들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알다시피 대통령궁은 하루 만에 만들어지지 않았고 교황이 터키 방문을 결정하기 아주 오래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었다. 오랜 기간 터키 내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문제였고 이는 교황의 방문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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