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러시아 석탄 4만 500t이 북한 나진항을 거쳐 29일 국내로 들어온다. 러시아와 북한과 우리의 3국의 협력사업으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첫 번째 운송으로 박근혜 정권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성과물이다. 이는 러시아의 푸틴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합작품으로 러시아와 북한과 합작회사 지분을 우리가 사서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 그리고 한국의 물류망이 구축되는 것이다.

우리는 나진항을 통한 석탄의 수입으로 15% 정도의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라인에는 많은 문제가 상존한다. 첫째로 러시아는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멀어졌고 서방세계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한 러시아를 배척하고 있다. 친러, 친유럽으로 나뉜 우크라이나의 지역갈등은 2차 대전 이후부터 분쟁이 다분한 지역으로 러시아는 물론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곳이다. 또한 북한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전 세계에 등을 지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호시탐탐 도발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역시 현재 미국과는 소원한 관계로 돌파구 마련에 급급한 사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두 나라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거래에는 수많은 변수가 자리하게 된다. 때문에 모든 계약서에는 일반적으로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한 단서를 가지고 시작한다. 그런데 나진-하산 프로젝트에는 일반적 예측 가능한 위험은 물론 국가별 특별상황에 따른 돌발 상황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지난해부터 수시로 미사일 포격을 해대는 북한은 우리와 개성공단을 협력체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돌연 개성공단의 폐쇄조치를 하여 백여 개의 기업들이 보따리를 싸서 긴급 철수했고 엄청난 피해를 감당해야 했다. 단순히 언어가 통하는 단가 싼 노동력을 활용해 양국의 이익으로 상생하자는 취지였으나 최고 결정권자의 변덕에는 감당할 재주가 없다. 백일 가까운 폐쇄기간 동안 직접 피해액이 1조 원을 넘었고 중단된 기기의 피해나 계약 등의 신뢰관계 등은 물론 입주한 기업들의 존폐까지 흔들어대는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정황을 가지고 있는 민감한 국가와 언제라도 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국가와의 협력 프로젝트인지라 15%의 운송비 절감의 내용보다는 혹여 있을 리스크에 더 민감해진다. 단순한 원가 절감으로 다가선 것이라면 다시 한 번 사업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을 권유한다. 러시아는 고립된 국가로 유동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규모 있는 투자를 진행한다면 대금을 못 받을 우려도 있고 러시아와 북한의 전략적 유대관계는 역으로 우리에게는 이중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가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15%의 원가절감 대비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큰 거래인 것이다. 경제적인 사업이 전부가 아니란 것이다. 경제적 사업보다는 정치적 문제를 더 고려해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이다.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 이러한 프로젝트의 실패를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장기적인 세계 경기의 침체와 환율의 등락, 그리고 내수 경기의 침체로 우리의 기반도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다. 따라서 한판의 갬블러 같은 마인드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가는 영락없는 나락에 빠져들 수도 있는 것이다. 삼국의 최초의 시도는 또 하나의 루트를 시험해 본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닌데 패를 내는 것은 도박에 빠진 자의 자포자기 실패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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