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고민하고 있는 복지부 고위 간부가 싱글세 과세를 언급했다. 독신으로 지내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으니 사회구성원을 생산해 내지 않는 대신 자신들이 누리는 복지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 아이를 낳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고려하지 않고 당장의 편의를 위한 투정같은 세금의 언급은 반감만 키우게 한다.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가정이 있는 사람들도 경기가 좋지 않아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씀씀이를 줄이고 있지만 올라가는 물가에 가스값 인상에 교통비도 들썩거려 한 해의 끝을 달리는 기분이 썩 좋지 못하다. 자꾸만 부담스러워지는 경제사정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정말로 혼자 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회로 나와 제 밥벌이를 해야 하는 청년들은 자신의 눈높이도 문제지만 스펙에 학벌을 따지는 높은 직장의 문 앞에서 스스로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 간신히 직장에 들어간 청춘들은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인 다역을 해내며 월급을 받아 높아진 월세와 생활비로 소진하는 일상에 연애는 하지만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자신들을 보며 자꾸만 늘어가는 나이에 변화없는 생활이 막연한 불안감이다. 싱글을 탈출하여 결혼을 해도 아이를 대학까지 키우는 데 2억 원 남짓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자녀출산을 미루는 마당에 출산을 늘리려는 궁여지책이 싱글세라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0년째 1.3명이다.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는 생활과 사회의 변화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자녀를 키우는 환경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우선적으로 맞벌이 가정의 경우에 직장에 있는 동안 아이를 돌봐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갓난아이부터 돌봄이 된다고 하지만 끊임없이 사고가 나고 있고 한정된 시간 안에서 불규칙한 직장의 일정을 마냥 포용해달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양가의 할머니가 대신 육아를 맡아주지 않는 한 어린 아이를 안심하고 맡기고 일을 할 수 없어 자녀의 어머니가 직장생활을 포기하게 된다.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경우는 아예 자녀의 출산을 미루게 된다. 차일피일 형편이 좀 나아지면 출산하고자 하지만 경제는 자꾸 어려워지고 물가는 올라가기만 하지 내려올 줄을 모르니 늘어난 씀씀이를 줄이지 못해 아이의 출산은 요원해지는 것이다. 뒤늦게 아이를 낳고자 하는 부부의 경우도 좋지 못하다. 늦어진 아이계획으로 임신을 시도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임에 시험관시술을 받고자 하지만 그 비용이 수백만 원을 넘어서고 정부에서 비용지원이 된다지만 한두 차례로 아이가 오는 일은 로또 수준이라 지원을 다 받고도 자비의 투자가 필수이다. 그것도 40세 이전만 가능하여 뒤늦게 임신을 시도하는 부부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이처럼 적정 연령의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작부터 대출로 결혼식을 치러 빚부터 갚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계획없이 아이를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높아진 생활수준만큼 늘어만 가는 복지 수요는 당연하다. 그렇다고 세수의 압박을 생뚱맞은 세금으로 풀고자 하는 발상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근본이 되는 원인들을 먼저 풀어간다면 순차적으로 저출산의 문제도 풀어갈 방법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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