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우주로 가는 길, 그 먼 길, 그 신비의 길을 찾는 과학 선진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천문학적으로 드는 돈과 뛰어난 두뇌와 고도의 기술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조건들을 가장 먼저 갖춘 미국과 옛 소련에 의해 달에 계수나무나 방아 찧는 토끼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벌써 반(半)세기가 지난 얘기다. 지난 1969년 7월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미국의 닐 암스트롱은 ‘개인적으로는 작은 족적에 불과하지만 인류 전체로 보아서는 위대한 도약(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이라고 감격을 토했었다. 이 순간이 50, 60년대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펼쳐지던 달 탐사 경쟁에서 미국이 소련을 누르고 기선을 제압하게 된 계기가 돼주었다.

지금 달을 가는 정도는 비교적 쉬운 우주 여정(旅程)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무엇이든 개척이 어려운 법이다. 개척은 도처에 위험이 도사린 모험 그 자체다. 암스트롱은 달을 향한 미답의 길을 떠나면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가족에게 보험증권을 남겨놓았었다. 그것이 개척의 모험성과 그 모험을 감수하는 개척자의 결기를 잘 말해주는 증거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 보험증권은 그가 천수(天壽)를 다하고 이 세상을 떠난 후 아들 릭 암스트롱에 의해 ‘우주비행사장학재단’에 기증돼 우주탐험자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그 사실이 또한 그의 아버지의 달 여행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선구자, 개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길을 내놓으면 그 길을 동경(憧憬)해오던 뒷사람들은 그 길을 가기가 편해진다. 그 길이 결코 사람이 갈 수 없는 길, 도전 불가능한 길이 아닌 것임을 개척자의 노력이 보여주었기 때문에 후발자들이 두려움을 덜고 도전할 용기를 내게 된다. 그렇다고 우주로 향하는 길이 산을 오르는 등산로와 같을 수는 없다. 등산로와 같이 한 번 길이 나면 아무나 아무 때나 아무 행장이나 차려입고 떠날 수 있는 그런 길은 아닌 것이다.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배웠을지라도 개척자들이 터득하고 만들어낸 기술적 노하우(know how)는 뒤따르는 나라들에 절대로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남이 베끼거나 배워가거나 훔쳐갈까 두려워 개척자 나라들이 특급비밀로 꼭꼭 숨겨 움켜쥐고 있게 되는 그들의 전유물이다.

그렇기에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개척자들이 지불한 노력과 대가보다 덜 지불할 방법이 뾰족하게 없으며 시행착오 역시 피해나갈 묘책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해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면서 기술협력국인 러시아와의 갈등도 가끔은 빚어지는 우리의 경우가 그 실례의 하나에 속한다. 따라서 다른 나라와 협력이 가능한 것은 협력을 꾀해 나가야 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우리 스스로의 자립적 노력과 개척정신이 앞서야 하며 그것을 토대로 삼아야 한다. 사실 우리에게 우주로 가는 길이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주소는 너무나 빈약하다. 개척자 나라들인 미국 소련에 비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 일본 인도 유럽에 비해서도 아직은 갈 길이 멀고 멀다.

여러 나라 사이에 나타나는 우주기술의 우열이 국력과 국위의 순서대로 매겨지는 것은 결코 우연일 수가 없다. 그것은 우주 기술 발전이 바로 한 나라의 경제력 기술력 두뇌파워가 뒷받침하는 일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첨단 우주기술 국가가 돼야 하는 것은 꼭 국위를 떨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첨단 기술력의 총화인 우주기술력이 우리의 경제력 기술력 두뇌파워를 비약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기간에 압축 성장으로 성공한 나라다. 우주기술에 있어서도 그리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별들의 전쟁(star wars) 시대에 우주 기술이 없으면 튼튼한 자립 안보도 불가능하다. 정부의 지원과 함께 국민의 합심 노력으로 선발국들을 무섭게 추격해야 한다.

유럽은 지구로부터 5억 1천만㎞ 떨어진 혜성에 우주 탐사선을 착륙시키고 축제분위기에 빠져 들었다. 우크라이나 과학자인 클림 추류모프와 스베틀라나 게라시멘코가 처음 발견했다 해서 그들의 이름을 따 명명된 ‘67p/추류모프-게라시멘토’ 혜성에 우주선 로제타(Rosetta)와 탐사로봇 필래(Philae)를 보냈다. 필래를 실은 로제타는 2004년 3월 2일에 발사돼 10년 동안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보다 42배가 넘는 64억㎞를 쉼 없이 날아갔다. 직선거리로 간 것이 아니라 4번이나 지구와 화성 궤도를 돌고 가느라 이처럼 대장정(大長征)이 펼쳐졌다. 이렇게 돌아간 것은 지구와 화성의 인력을 많이 받아 그만큼 더 우주로 튕겨나가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어떻든 지구에서 우주선을 쏘아 그 먼 거리의 혜성을 명중시킨 것이 된다. 인류가 우주선으로 해낸 업적 중 가장 앞선 것이며 가장 큰 업적이다. 유럽이 우주로 뻗치는 가장 먼 길을 개척했다. 우주로 가는 또 하나의 멋진 길을 냈다. 이 놀라운 일이 자극제가 돼 ‘제2의 우주 탐사 르네상스’, 새로운 우주 각축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조금의 과장도 있을 수 없다. 이래서 우주 기술이 빈약한 우리의 갈 길은 더욱 바빠졌다. 늦었지만 서두는 수밖에 없다.

꼭 우주로 가는 길이 아니더라도 어느 분야에서든 새 길을 낸다는 것, 새 길을 개척한다는 것, 그것은 위대한 일이다. 우리에게도 통일의 길, 국민 행복의 길, 국가 부강의 길, 국민 화합의 길을 비롯해 새로 내야 할 길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길을 새로 뚫고 내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주의 길도 저절로 열린다. 편안한 밥벌이를 위해 남이 갔던 안전한 길만을 답습하려는 세태는 나라의 밝은 장래를 기약할 수 없다. 길(道)은 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종 창발적인 활동과 사회 기여를 모색하는 젊은이들을 정부와 모든 사회 제도, 국민이 적극 지원하고 뒷받침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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