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김형영(1944~ )

허구한 날 묵상만 하고 계시니

그 곁에 꽃나무나 한 그루 심어드리자.

꽃나무라면 심심풀이 눈 마사지에도 좋고

묵묵부답을 알아들으니 심심하지 않겠지.

그걸 눈치 챈 날아드는 나비,

바위는 날고 싶은 생각에 들썩일지도 몰라

[시평]
바위와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행운이리라. 바위와 같이 늘 묵묵하면서, 그 침묵과 진중함 속에서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이러함이 바로 우리의 삶을 보다 견실하게 하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바위가 듬직한 침묵의 대명사라면, 나비는 가벼우면서도 유쾌함의 대명사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바위와 같은 침묵과 진중함도 필요한 것이지만, 때로는 나비와 같은 유쾌함과 경쾌함 또한 필요한 것이리라.
그래서 그 바위 곁에 나비 한 마리 날아들게 하고 싶은 것, 이가 사람의 마음이리라. 늘 침묵의 진중함이 우리 삶의 보배라면, 나비의 경쾌함과 유쾌함이 우리의 삶의 또 다른 활력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보배는 보배로서, 또 활력은 활력으로서 모두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바위가 나비를 만나 ‘날고 싶은 생각에 들썩’인다면, 우리네 삶, ‘보배로움의 활력’으로 가득해질 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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