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북(川北)

배창환(1956~ )

까마귀떼 까맣게 나는 빈 나락 논…

대지는 하늘 아래 있다
저기, 사람들이 깃들어 산다

땅을 이고
하늘을 지고
 

[시평]
사람들은 땅을 이고, 또 하늘을 지고 살아간다. 땅이 주는 곡식을 먹으며, 하늘이 내려주는 비와 햇살과 이슬을 받으며 살아간다. 이러한 땅과 하늘이 없다면, 그 누구도 이 천지에 살아갈 수 없음이 당연하리라.
드넓은 벌판인 대지는 하늘 아래 있다. 하늘 아래 있는 저 대지의 끝자락 사람들이 깃들어 산다. 땅을 이고, 하늘을 지고. 까마귀떼 까맣게 나는 빈 나락 논, 그 드넓은 광막함 마냥, 어쩌면 우리네 삶이라는 것, 그렇듯 광막한 것 아니겠는가. 까마귀떼 까맣게 나는, 그 빈 나락 논 마냥, 어쩌면 우리네 삶이라는 것, 그렇듯 허허로운 것 아니겠는가.
벌판에 서면, 그 드넓음 앞에 서면, 왠지 모르게 우리들 스스로,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되돌아보며, 그 막막함, 혹은 그 허허로움 더욱 강하게 밀려옴을 온몸으로 느끼곤 한다. 마치 이 막막함과 허허로움이 우리네 삶의 그 본질이나 되는 듯이.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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