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올림-가대위 8차 교섭 ‘시작부터 삐걱’
가대위 “조정위 끝까지 밀어붙일 것”
반올림 “조정위 필요 없다. 중립성 신뢰 못 해”
삼성전자 “그간 풀지 못했던 얘기 풀어볼 것”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조정위원회를 절대 반대한다. 조정위의 중립성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말 바꾸기, 사실 왜곡에 놀아나지 말아 달라.”

8일 오후 2시경 삼성전자와 9차 교섭을 위해 논현동 건설회관에 들어선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와 삼성전자에서 제안하는 조정위원회(조정위)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사를 이같이 밝혔다.

▲ 8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가족대책위원회가 반도체 직업병 피해 보상과 관련한 9차 교섭을 진행했다. 교섭장 입장에 앞서 반올림 측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황상기 교섭 단장은 “피해 가족 당사자와 삼성전자와의 교섭이 중요한 것이지 왜 제3자가 필요하냐”며 “삼성이 제안한 중재위를 반대한다. 중재위원의 중립성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공유정옥 간사는 지난 8차 교섭 후 보도된 ‘반올림 중재안 검토설’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미디어의 보도와 달리 반올림 측은 정확한 중재위 안을 만들어오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기존 제안한 3가지(사과·보상·재발방지 대책) 협상안 대한 회사 측의 입장을 요청한 것이고, 이에 대한 회사 측의 입장정리도 없는 상태에서 중재위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 삼성의 말 바꾸기에 더 이상 놀아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교섭을 진행하면서 미디어 보도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교섭장과 밖에서 삼성의 말은 달랐다. 이런 상황이 우리의 실수라면 인정하고, 이제는 삼성의 말 바꾸기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반올림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족대책위(가족위)는 조정위원회 설립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가대위 측 정애정 씨는 “오늘 교섭장에서 반올림 측에 조정위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며 “반올림이 끝까지 반대하더라도 조정위 설치를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교섭 중간 입장을 바꾸고 조정위를 찬성하게 된 배경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이 빨리 보상을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조정위는 지난 5월 심상정 의원 측에서 제안한 ‘제3의 조정기구’와는 다르다. 조정기구에는 결정권이 있지만 조정위는 양측의 의견을 끝까지 수렴하며 조정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끝까지 반올림 측과 함께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백수현 커뮤니케이션실 전무는 “오늘 양측의 입장을 잘 들어보고 그간 풀지 못했던 것을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반올림 측이 주장한 삼성전자의 사실 왜곡에 대해서는 “진짜 그렇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한 후 “열심히 협상하겠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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