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직업병 협상 조정위원장에 추천된 김지형 전 대법관. (사진출처: 연합뉴스)

삼성-가대위, 조정위 구성 합의
반올림 “삼성, 약속 저버렸다”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8일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진행된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의 9차 교섭이 ‘불협화음’으로 끝났다.

예견된 상황이라는 평가다. 교섭 전 3자가 밝힌 입장표명을 통해 가대위와 삼성전자는 이번 교섭의 방점을 ‘조정위원회 구성’에 찍고 있었고, 반올림은 ‘조정위원회 구성 거부’에 찍었다. 삼성전자와 가대위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반올림 측을 최대한 설득해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반올림 설득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전자와 가대위만 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논의할 제3의 조정기구를 꾸리기로 합의했다. 가대위는 이날 조정위원회의 위원장으로 김지형(55, 사법연수원 11기) 전 대법관을 추천했고, 삼성전자가 가대위의 추천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조정위원장이 조정위원 2명을 추가로 선임한 후 3명으로 구성된 조정위가 앞으로 삼성전자와 가대위의 협상에 참여하게 된다. 조정위는 협상자리에서 보상뿐 아니라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등 3대 의제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주쯤 조정위 구성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정위 구성 합의는 삼성과 가대위의 3차례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 삼성전자 백수현 커뮤니케이션 전무는 “실무 협상 과정에서 가대위가 5명(1차 협상 시), 삼성 측이 2명(2차 협상 시)의 위원장 후보를 추천했다”며 “오늘 가대위가 추천한 김지형 전 대법관을 최종 후보로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회사 입장을 고집하거나 별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위원장 선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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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반올림은 조정위 구성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피해자 가족들과 삼성전자 간 직접 교섭이 가능한 상황에서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조정위는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반올림은 조정위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교섭 시작 2시간 만에 자리를 떠났다.

반올림 공유정옥 간사는 “지난 6차 교섭에서 진전을 보였기 때문에 조정위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번 교섭은 근본적인 해결과 대책 마련을 위해 삼성 측에서 요구해 시작한 것인데, 조정위를 구성한다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정위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양측이 대단히 일방적 논의를 진행했다”며 “밖에서 실무협의를 하고 우리(반올림)에게 수용하라고 하는데 우리는 방청객이 아니다”라며 분개했다.

반올림 측은 공식 카페를 통해서도 “우려했던 대로 삼성전자는 사과, 재발방지대책, 보상에 대해 어떤 내용도 준비해 오지 않았다”며 “반올림 교섭단의 요구는 거듭 묵살하고 오로지 조정위 논의만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이는 지난 5월 28일 2차 교섭에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이 직접 ‘양측의 합의 없이는 어떤 제3자 기구도 만들어질 수 없다’고 여러 번 강조한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와 반도체 직업 피해자 및 가족들 간의 보상 논의는 반올림을 배제한 상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양측(삼성전자-가대위 vs 반올림)의 주장이 공전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가대위는 수차례 반올림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날도 동일하게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반올림의 의견이 배제된 ‘조정위 구성’이라는 결과물은 이미 도출됐다. 반올림은 여전히 조정위 구성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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