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반올림이 서울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조정위원회 구성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기자회견을 열고 조정위원회 설립 중단과 삼성전자의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15일 반올림은 서울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정위가 아니다. 고통에 대해 사과, 보상하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조정위는 책임회피용이다. 삼성은 즉각 조정위원회 구성을 중단하고 직접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앞서 9차 교섭에서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가 반올림을 배제하고 조정위원회를 설립한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초기 8명으로 구성돼 삼성전자와 반도체 직업병 피해보상에 대해 교섭하던 반올림 교섭단은 6차 교섭 이후 두 갈래로 갈라졌다. 6명의 가족이 삼성전자가 제안한 ‘우선 보상 논의’에 찬성하면서 반올림에서 떨어져 나와 가대위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날 황상기 반올림 교섭 단장은 “조정위 도입은 반올림을 철저히 배제시킨 채 (삼성전자가) 밀어붙인 것”이라며 “이는 반올림과 뜻을 달리하는 일부 피해가족의 제안을 빌미로 강행한 것이고 약속을 파기하는 행동”이라고 조정위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월 권오현 부회장 발표 당시 삼성은 ‘제3자 중재기구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하지만 반올림 측이 이를 거부하며 직접 교섭을 강조하자, 삼성 측은 ‘당사자 합의 없이는 일방적으로 조정기구나 중재기구도 만들 수 없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한 반올림 측은 “조정위가 설치되면 삼성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조정위 책임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조정위 구성은 삼성의 책임 회피 방편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의 본질과 사태의 경과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제3자의 조정에 의해 과연 올바른 결론을 내놓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피해자 가족이 조정위원장을 추천했고, 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반올림도 참여해 이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권영국 삼성바로잡기 공동대표는 최근 반도체 직업병과 관련해 대책을 마련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태도를 비교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SK하이닉스 피해 원인을 밝히기 위해 자신 쓰고 있는 유해화학물질과 작업환경을 검증된 ‘산업보건검증위원회’를 통해 철저히 실태조사해 검증하고 개선,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며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여전히 작업장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쓰는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SK하아닉스가 구성하겠다고 한 검증위원회는 조정위와 달리 철저한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산업의학 전문가들과 산업 피해와 관련해 실력을 갖춘 시민운동가를 참여시키는 등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며 “진정한 재발방지를 위해서 삼성도 이처럼 제대로 된 실태조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지난 8일 삼성전자와 가대위는 9차교섭을 통해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가대위 측의 요구를 수용해 김지형(55) 전 대법관을 조정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조정위원회는 총 3명으로 구성되며 조정위원장이 나머지 2명의 위원을 선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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