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부르기 3

박재화(1951~ )

징기스칸은 제 이름도 쓸 줄 몰랐다니 참말일까
하기야 이름은 남이 불러주는 것
해와
달과
신(神)까지도 남이 부르는 것!

[시평]
‘이름’이란 어느 의미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주는 무엇이다. 이름이 없다면, 그래서 불러줄 수 없다면, 그것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리라. 그래서 무명(無名)이 서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불러줄 이름이 없는 것이나, 불러줄 사람이 없는 무명.
엄밀한 의미에서 내가 내 이름을 부르는 예는 거의 없다. 다른 사람이 나를 부르기 위하여 있는 것이 이름이리라. 그러니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모르던 징기스칸이 이름도 못쓴다는 사실에 아무러한 구애 없이 천하를 제패한 것이 아니겠는가. 천하를 제패한 그 징기스칸이라는 이름은 자신이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불러주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불러주는 그 속에서 징기스칸은 한 영웅으로 존재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김춘수 시인의 시와 같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누가 나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을 불러다오’라고 염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에게로 가서 하나의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 남으로부터 불려진 그 이름으로, 우리의 삶이 하나의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되고자, 그러한 염원을 지니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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