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

오승철(1957~ )

쇠똥이랴
그 냄새 풀풀 감아올린 새순이랴
목청이 푸른 장끼 게워내는 울음이랴
초파일
그리움 건너
더덕더덕 더덕밭


[시평]
누이에 대한 그리움, 그 아련함은 누구에게나 있다. 아들을 중시 여기는 풍속이 있던 우리네 살림에서, 아들은 어엿이 교복을 입고 학교를 가지만, 누이는 어린 나이부터 밥 짓고, 빨래하고, 심지어는 밭일까지 하며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오라비들을 건사한다. 그래서 더욱 그 누이를 생각하면 아련함이 더해진다.
그 아련함은 쇠똥 내음으로, 또는 그 냄새 풀풀 감아올린 새순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봄날의 목청 푸른 장끼의 그 게워내는 듯한 처연한 울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초파일 한창 푸르름이 더해가는 그 계절, 그 계절이 돌아오면, 그리움 건너 더덕더덕 더덕밭에서 피어나는 더덕의 그 향기마냥 풍겨오는 누이에 대한 그리움. 눈물겨운, 그러나 그리운 우리 어린 시절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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