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철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우리에겐 잃어버린 국가가 있다. 석유환국(昔有桓國)이란 문장에서 오래전에 환국이 있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듯 환국과 더불어 단국(檀國)과 조선(朝鮮)이 있었다. 단국이란 단어는 지금도 대학 이름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면서 지은 이름도 조선이다. 이성계가 세운 조선과 구별하기 위해 우리의 고대국가를 고조선이라 한다. 흰색옷을 입게 된 사연은 우리의 건국이념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환국의 환(桓)은 환하다는 의미다.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쪽에 위치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단국 또한 마찬가지다. 단국은 배달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배달은 달에서 유래됐다. 달은 밝다는 의미와 응달․양달 할 때 ‘달’은 땅을 말한다. 그늘진 땅이 응달이고, 볕이 드는 땅을 양달이라고 한다. 밝은 땅이라는 의미다. 조선도 마찬가지다. 아침 조(朝)를 써서 해가 먼저 뜨는 것을 나라 이름에 넣었다.

모두 태양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태양을 숭상했다. 태양의 밝고 환한 빛을 상징하는 것이 흰색이다. 태양숭배 사상이 있었던 우리 민족은 빛을 나타내는 뜻으로 흰색을 신성시하고 백의를 즐겨 입었다. 흰색은 순색(純色)으로 청정·순결 또는 광명을 뜻하며 신성한 빛을 상징한다. 민족정신을 뜻할 만큼 한민족과는 관계성이 있다.

방위로 따지면 동양의 5행사상(五行思想)에서 흰색은 서쪽에 해당한다. 동양사상에 의해 흰옷을 입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이론이 여러 번 제기된 이유다. 고려시대인 1357년 우필흥이 동방(東方)은 목(木)으로 청(靑)에 해당하는데 백(白)은 금(金)이니 흰색 모시옷을 입는 것을 금지하게 했다. 조선조에서는 더욱 심해졌다. 흰색 옷을 입는 것을 왕을 비롯해서 위정자들은 백성들이 흰색 옷을 입는 것을 여러 차례 금지시키려 노력했다. 조선시대 금지령을 살펴보면 1398년에 남녀의 흰옷 착용을 금지했고, 1401년에 다시 흰옷을 금지한 것을 비롯해서 조선 내내 계속됐다.

조선이 막 개항했을 당시 유럽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을 보면 이렇다. 프랑스 신문인 르몽드 지에 실린 내용이다. ‘한국인들은 결코 얼굴이나 손을 씻지 않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같이 깨끗하지 못한 민족이 대부분 흰옷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흰옷은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게으른 사람이 입기 어려운 옷이다. 여성들은 흰옷을 깨끗이 관리하려고 쉼 없이 빨래해야 했다. 여성들이 흰옷을 빨고 헹구고 문지르고 풀 먹이는데 나날을 보내는 동안 남자들은 따스한 햇볕 아래서 행복하게 담배를 피운다’고 적고 있다. 흰옷을 관리하는 것이 힘이 들고, 왕과 조정에서도 입지 말라는 흰옷을 극구 입은 데에는 나름의 뜻이 있었을 것이다.

동양 3국 가운데 중국인은 검정옷, 일본인은 남색옷을 즐겨 입었고, 한국인은 백의를 즐겨 입었다. 백의에 대한 한민족의 의식의 일단을 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한국인의 백의에 대한 사랑은 오래 됐고 깊다. 고대에는 국가에서 한민족의 상징으로 흰옷을 입을 것을 권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태양을 숭배하고, 국가의 상징색으로 썼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기록은 미약하다.

‘태백일사’의 ‘삼신오제본기’의 내용을 소개한다. 한민족은 광명 철학으로 인류 역사를 처음 열었던 대문명의 천손 민족이다. 우주의 본성이 광명이고, 우주의 본성이 광명의 백색이고, 백색이 하늘을 나타내는 광명의 색이었기에, 한민족은 오래 전부터 백색을 숭상하고 흰옷을 입었고, 생활화해온 것이라는 내용이다. 또한 유일한 백의에 대한 기록이며 근거라는 데에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태양, 즉 빛을 숭상한 민족이었기에 흰 옷을 입었으며, 백의민족이라고 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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