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철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우리는 흔히 한옥은 어둡고 춥다는 생각을 한다. 착각이다. 물론 지금의 현대식 건물에 비해 춥고 어둡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세계 어느 나라의 집도 마찬가지로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집은 춥고 어둡다. 그리고 불편하다. 중국의 자금성이나 베르사유 궁전도 춥고 어둡고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어느 나라의 전통집도 마찬가지로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불편하다. 농사를 짓거나 수렵생활을 하던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도록 지은 집이 전통집이다. 서구나 중동, 그리고 아시아 모두 마찬가지로 당대의 과학을 집대성한 곳이 집이었고, 상황적인 요인과의 접목을 꾀한 곳이 집이다. 한옥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의 전통집이 혁신을 통해서 변화해 왔듯이 한국의 한옥도 변화하고 있다.

한옥은 유리가 발명되기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밝은 집이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나무판자나 거적 또는 철판 같은 것으로 문과 창문을 만들었다. 문과 창을 닫으면 암흑이다. 그래서 실내에 붉을 밝힌다. 불도 횃불과 같은 것을 사용해 그을음과 냄새가 났다. 하지만 한옥은 창호지라는 특별한 종이가 있어 문을 닫고도 환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통기가 돼 문을 닫고 살아도 불편함이 없었다. 창호지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문과 창의 재료였고 종이라는 것이 특별했다. 한옥에서 방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빛의 은은함을 즐길 수 있다. 그냥 맨 유리로 들어오는 빛과는 다르게 간접조명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편한 밝기를 만들어준다.

이뿐만 아니라 춥다고 하는 한옥은 놀랍게도 보일러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따뜻한 집이었다. 우리에게는 온돌이 있었다. 아침에 불을 때면 점심때까지 따뜻하다. 돌은 쉽게 달궈지지도 않지만 한 번 달궈지면 제법 오래간다. 난방을 하는 시간은 짧지만 난방효과는 제법 길다. 점심밥을 하느라 밥을 지으면서 불을 넣는다. 다시 방이 따뜻해진다. 저녁에는 저녁밥을 준비하면서 불을 넣으면 밤까지 따뜻하다. 아주 추운 날에는 밤에 군불을 한 번 때면 된다. 난방을 위한 불 때기는 보통날에는 안 해도 되고, 아주 추운 날에 군불을 때는 것이 유일하다. 우리의 온돌은 에너지효율이 어느 난방방법보다도 높았다. 밥을 짓기 위한 취사를 위해 불을 지펴서 사용한 나머지 불로 난방을 했다. 에너지 효율이 으뜸이다.

거기에다 부엌에서 지핀 불은 바로 굴뚝으로 바로 나가지 않고, 구들을 통해서 지나가면서 난방을 해주는데 구들의 앞과 뒤에 부넘기라는 구조가 있고, 개자리라는 공간이 있어 불을 땔 때 발생하는 재와 불순물이 쌓이게 돼 있다. 자연현상에 의해 불순물이나 재를 걸러주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굴뚝에서 나는 연기는 오히려 구수하고 나무향기가 나서 사람을 즐겁게 한다.

근대건축의 거장이라고 하는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1900년대 초에 일본으로부터 제국호텔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의 귀족집에 초대를 받았다. 귀족집의 방이 난로가 없는데도 따뜻한 것에 강한 호기심을 갖고 난방법에 대해 물었다. 귀족은 자신의 집 난방법은 한국식 구들난방이라고 답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후일 자신의 회고록에 이렇게 기술했다. “한국인의 방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난방방식이다. 이것은 태양열을 이용한 복사난방보다도 훌륭하다. 발을 따스하게 해주는 난방방식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난방이다.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난방인 구들은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문제, 그리고 취사를 함께하는 경제적인 난방방식이다. 더구나 불을 때는 곳의 환경과 달리 난방장소는 안락하고 생활하기 편리하다. 자연에 조화롭게 적응하는 한민족의 기질이 만들어낸 발명품이다.”

한옥은 극단적인 다른 상황을 받아들여 새롭게 창조한 가옥이다. 마루와 온돌의 서로 다른 가치를 한 공간에 끌어들여 개방과 폐쇄를 절충하는 대청마루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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