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세계에 자국어를 보급하는 국가는 26개국에 이른다. 중국은 2004년부터 중국문화원인 ‘공자학원(孔子學院)’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 주도로 설치한 세종학당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따라서 공자학원은 범세계적으로 중국어, 중국문화, 그리고 중국학의 보급을 위한 소프트 파워 전진기지라고 볼 수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세계 각국의 유학생 유치활동은 물론 문화외교를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중국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위상에 힘입어 유학생 유입국가는 190여 개국에 달하며, 유학생 수는 이미 30만 명을 초과했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 유학생 수는 23%로 7만여 명에 달한다.

오늘날 공자학원이 중국 문화외교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고자 많은 지원과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2013년까지 전 세계 120여 개국에 440개의 공자학원을 설립했다. 이러한 수치는 2015년까지 전 세계에 500개의 공자학원 건립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이미 88%를 달성한 셈이다. 한 달 평균 3개 이상 공자학원이 설립된 셈인데 그야말로 범세계적인 파이를 키워왔다고 볼 수 있다. 학습자 수만 하더라도 약 50만 명, 국외로 파견한 교사 수는 1만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속성장이 하루아침에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성장 배경에는 중국이 취한 도광양회(韬光养晦)의 대외정책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자학원 탄생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1987년 ‘국가대외한어교육지도팀’을 만든 것이 효시였다. 그렇다고 보면 17년 가까이 공자학원 설립을 위한 준비를 해온 셈이다. 중국 국무위원들은 공자학원의 설립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무위원들이 적극적으로 공자학원 개막식에 방문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다. 문화외교에 대한 중국 정부 차원의 진정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행보는 문화외교 자체뿐만 아니라 국가 간 실질적 진전을 이루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문화의 상호존중과 공통성 인지를 통해 한풍(漢風)의 활성화를 구축할 수 있다.

세종학당도 2007년 설립 이래 한 달에 1개소 이상 개소될 정도로 양적 성장을 해왔다. 설립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도광양회(韬光养晦)의 전략을 접목해 실천하고 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속성을 갖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철저한 준비는 성장의 패러다임을 구축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필자가 만난 외국인에 의하면 한류현상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음을 방증해 주고 있다. 이는 한류 콘텐츠가 일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 상당 기간 훈련을 하고 국내외 전문가가 힘을 합친다는 점이 한류의 지속성을 가능케 한다. 이와 같이 도광양회(韬光养晦)에 기초한 문화외교는 ‘빨리빨리’라는 우리 문화에 대해 반성을 하게 하는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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