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현세를 정보·문화 과잉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간 인적·물적 교류는 더욱 활발해 지고 있으며 다양한 국외 문화를 누리는 계층도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국외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의 문화가 뿌리를 내린 지 꽤 오래된 곳도 있다. 우리 문화는 한류발전의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국가 도약을 위한 발전 과제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두드러지는 전략이 ‘문화상대주의’이다.

‘문화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란 타민족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말한다. 접근 방식은 평등주의와 다원주의에 있다. 아직도 항간에서는 문화의 우열을 구분하는 사례가 있다. 이것은 자문화중심주의(Ethnocentrism)가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외에 보급되는 한국 홍보 자료 중에 ‘문화상대주의’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다시 말하면 일방적인 한국 중심만의 자료가 보내지는 경우가 꽤 있다.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민족의 단합성을 전 세계에 과시한 붉은 악마의 응원 현장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 장면을 본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 반응을 보일런지 확신하기가 쉽지 않다.

또 국외에 배포된 한국어 학습용 CD 내용 중 침략사를 다루는 경우도 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널리 알리는 일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상대 국가·국민과의 마찰을 미리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사실 여부를 막론하고 반감을 품을 경우 여러 측면에서 리스크(위험)가 수반될 수 있다.

인도에서는 암소를 숭배하는가 하면, 이슬람교도가 많은 파키스탄, 터키,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서는 돼지고기를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을 꺼린다. 이런 나라에서 한국문화를 소개할 경우, 상대 국가에서 피하는 문화가 무엇인지를 사전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 미얀마는 관광객 외에 음주 가무가 법적으로 규제돼 있다. 따라서 유흥가가 거의 없다. 그래서 한국의 음주 가무 관련 내용을 소개하는 것 또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류의 인기가 증폭됨에 따라 한국 패션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카타르는 여성들이 노출되는 옷 자체를 입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런 국가에 현재 유행하는 한국 여성의 패션 내용을 전부 소개할 수는 없다.

문화상대주의 전략이 주효한 경우를 보자. 글로벌 히트곡인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 대중음악에 돌풍을 일으킨 것은 문화의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진정한 의미의 문화강국은 문화상대주의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전략은 정체돼 있는 것이 아니라 변신에 능해야 한다. 다민족, 다문화주의 시대에 공통의 주제를 선정, 교류하는 것이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보편적 원칙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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