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15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 국민의 3%에 해당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베트남, 태국, 인도, 몽골, 이슬람 등 다양한 국가의 레스토랑이 지역 곳곳에 들어섰으며 우리 사회는 이러한 현상에 익숙해졌다. 그야말로 다문화시대로 진입했음을 방증한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 간, 문화 간 빈번한 교류, 인종 간 대이동으로 인해 민족의 정체성과 국가 간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차별과 경계들이 존재함은 부인할 수 없다. 더 이상 단일민족이 아닌 우리 사회에 형성된 다문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지속적인 외국 노동 인력의 유입이 있어야 하며, 국제결혼의 증가 등 여러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이와 같은 체류 외국인의 증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더불어 이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거나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외국인을 위한 배려나 균형 잡힌 정책이 여러 분야에서 필요하다. 이는 다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통합과 반(反)다문화의 해결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외국인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공공도서관의 역할이다.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을 비롯한 공공도서관에는 외국인 이용자가 소수에 불과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외국인 이용자를 위한 도우미나 안내시설이 부족하다는 점도 그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영어 표기도 부족한 실정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아무리 자동화, 전산화가 잘 돼 있다고 하더라도 외국인을 위한 전담 인력 배치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뉴질랜드 등 선진 외국의 공공도서관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도우미가 있다. 이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외국인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상담, 컴퓨터를 활용한 도서의 대출, 예약 등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 도서관의 기원을 살펴보면, 최초의 도서관은 사설 학숙 기관이었던 고구려의 경당을 꼽을 수 있다. 여기서 평민 자제들이 경전을 읽었다. 현대적 의미의 공공도서관은 1901년 10월에 건립된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이 효시이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현재 전국 공공도서관에 설치된 다문화자료실은 40곳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약 830개의 공공도서관 중 5%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전진기지로 포용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다문화자료실의 경우 접근성 문제로 낮은 이용률이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용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공공도서관의 한 구석에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이용률과 활용도를 높이려면 우선 접근성이 쉬워야 하며 일상생활과 연계돼야 한다. 또 공통성을 갖되 지역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로 다문화인으로 하여금 정서적 공감대 및 친화력를 형성해야 한다. 예를 들면, 취업희망자를 위해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 면접에 대비하는 방법 등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멘토제 도입 및 다문화자료실 간 자료 상호대차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선진화된 공공도서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