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여객기 참사 현장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도시 토레즈 인근의 그라보보 마을 들판에 산산조각난 동체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반군, 말레이 사고기 조사 제한… 증거물 훼손 우려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17) 피격 사건의 사고 원인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사고 지점인 도네츠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 반군의 통제가 계속되면서다. 이에 따라 증거물 훼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친러시아계인 반군의 소행설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이들이 국제 조사단의 증거물 수집과 현장 조사를 고의로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객기 사고 지점은 반군이 장악한 곳이다. 반군은 추락 현장을 통제하면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국제 조사단의 접근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18일부터 조사단이 추락 현장에 방문했지만, 반군의 감시로 충분하게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의 결정적 자료인 사고기 블랙박스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반군이 의도적으로 현장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확대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9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 조사단의 현장 접근이 거부되는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고 이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난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네덜란드 국민은 희생자의 시신이 들판에 내버려져 있는 사진을 보고 분노하고 있다”며 반군에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증거물 훼손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들판에 널브러진 시신이 더운 날씨에 빠르게 부패하고 있고, 항공기 잔해나 소지품도 도난당하는 등 훼손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러시아의 지원 아래 국제 범죄의 증거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며 “테러리스트들이 38구의 시신을 (반군이 장악한) 도네츠크의 시체공시소로 가져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번 여객기 사고에 대해 러시아 지원을 받는 반군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반군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제 조사단의 접근을 막고 있으며, 현장도 훼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 사이의 교전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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