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초코파이 Kids! 이게 뭔 말이냐고요? 북한의 김정은이 ‘김정은 Kids’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데 웬 ‘초코파이 키즈’인지 어리둥절할 것이다. 한마디로 남쪽의 초코파이를 먹고 자란 세대가 바로 ‘초코파이 Kids’다. 현재 북한군의 하부구조를 이루고 있는 세대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 Kids’들이다. 당과 수령이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가 먹여주고 입혀주어 키운 세대들이 북한군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북한에서 초코파이 효과는 대단하다. 이른바 ‘나비 효과’ 그 이상이다. 중국 대륙에서 나비가 날개 짓을 하면 그 힘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가면 태풍이 된다는 것이 나비효과인데 한국의 초코파이 한 개가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면 거대한 자본주의 폭풍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초코파이 이펙트’다. 북한 당국이 얼마 전 초코파이 전달을 은근슬쩍 거부한 데서 그 효과의 힘을 읽을 수 있다.

우선 북한 주민들에게 초코파이는 보관이 용이하고 맛있는 고급과자다. 북한에서 초콜릿은 대단히 귀하다. 공군 조종사들과 잠수함 장병들에게도 제대로 공급하기 어려운 것이 초콜릿이다. 거기에 달콤한 케이크 같은 과자가 곁들여졌으니 북한 주민들이 그 맛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다. 개성지역에서는 초코파이 한 개가 북한 돈 700원 정도에 거래되지만 평양을 지나 청천강 이북으로 올라가면 장마당에서 개당 1000원씩 하는 경우도 있다니 그 가치는 대단한 것이다.

북한 근로자들의 한 달 평균 임금은 보통 3000원 수준이니 초코파이 5개면 월 임금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심지어 총각들이 처녀를 사귀고자 할 때 초코파이 몇 개면 만사형통한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으니 그 효과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보통 오후 4시경이면 간식으로 초코파이 3~10개를 받는데 그것을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는 근로자는 거의 없다.

반드시 가방에 넣어 집으로 가져간단다. 어떤 때는 북한 측 관리원들이 통제해 껍질을 벗겨내고 속만 들고 가는 경우도 있다. 어쨌거나 그렇게 들고 간 초코파이는 친구들과 가족들, 애인과 어린이들에게 폭풍적인 인기를 발휘하게 된다. 어떤 때는 초코파이가 화폐처럼 교환의 가치를 발휘할 때도 있다.

지난 21일에는 휴전선이 가까운 임진각에서 보수단체들이 북한에 초코파이를 풍선을 이용해 날려 보내는 행사가 있었다. 북한 당국이 전단 등 정치적인 인쇄물을 날려 보낼 때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냈는데 순수 먹거리인 초코파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지만 십중팔구 거부적일 것은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먹거리 보내기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적어도 북한 땅 전체를 초코파이로 깔아버릴 능력은 우리에게 충분하다. 이미 학습된 먹거리이니 북한 주민들이 독이 든 과자로 착각할 일도 없을 것이다. 초코파이에 이어 치약과 칫솔, 카라멜 등 다양한 것들을 날려 보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드레스덴 선언에서 명시한 인도주의 실천이 될 수 있다. 최근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북한 주민들은 초식동물처럼 연약해져 육식동물로 변해버린 당국자들에게 대들 ‘배반의 바이러스’ 자체가 전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지방질이 없는 북한 인민들이 적어도 배가 나온 김정은 같은 지배세력에게 대들 용기는 애당초 사라져 버렸다는 말이다.

이런 북한에서 우리는 개혁과 개방이 일어나고 심지어 ‘진달래 혁명’이 일어난다고 법석을 떨었으니 얼마나 한심한 발상들인가. 보수든 진보든 자기의 먹을 것을 덜어내 헐벗고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은 가장 진실한 ‘퍼주기’가 될 것이다. 통일비용이니 뭐니 하며 들고 까불 때 북한은 일본에게 다가서고 있고, 앞으로 10년 안에 일본의 배상금 100억 불 정도 이상이 북한으로 들어가면 북한이 우리보다 경제발전에서 앞서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융성하는 경제력을 북한 끌어안기에 과감하게 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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