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철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일반적으로 소리나 노래는 원음(原音)과 청음(淸音)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음은 타고난 목소리 그대로를 말하고, 청음은 맑은 소리다. 한데 우리는 의도적으로 거칠고 탁한 탁음을 만들어 사용하는 민족이다. 우리는 기어이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장구가 좌우측의 가죽을 다르게 만들었듯, 한국 종이 세계에서 유일한 맥놀이라는 특별한 현상에 의하여 한국 종이라는 이름을 얻었듯이, 그리고 기어이 한글을 만들어 사용하듯이 소리에도 의도적으로 거칠고 긁히는 소리 같은 탁성을 만들어 사용한다.

우리가 득음(得音)이라고 하는 소리도 마찬가지 원리다. 득음은 일정한 궤도에 목소리를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 영역을 만들어내야 비로소 득음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달리 거친 소리를 만들어 굴리고, 꺾고, 짜고, 뽑아 올리기도 한다. 그것이 득음이고 탁음의 세계다. 우리만의 창조성이 응축된 것이 판소리와 전문 가수들이 채용한 탁음이다.

탁성을 개발해서 양반계층을 비판할 때 사용하면 걸걸하고 저음인 듯한 목소리가 비판의식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해학과 풍자를 할 때 유리하다. 기어이 다른 것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들이 현재 한국의 문제해결능력이나 창조성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의 원천도 여기서 나온다.

한국의 전통노래도 다름을 전제하고 있다.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는 노래가 많다. 옹헤야, 강강술래, 쾌지나칭칭나네와 같은 노래들은 시작은 있어도 몇 시간, 몇 날을 불러도 끊어지지 않고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다. 선창자가 이야기하듯 노랫말을 풀어 가면 나머지 사람들은 다 같이 따라서 옹헤야나 쾌지나칭칭을 외치며 대동(大同), 즉 크게 하나가 되는 공동체의 노래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의식인 상여 나갈 때도 끝없이 이어진다. 어렸을 때는 많이 불렸지만, 지금은 듣기 쉽지 않아졌다.

한국인에 대한 고대기록을 보면 한국인에 얼마나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인가를 알 수 있다. 중국의 기록에 보면 군취가무(群聚歌舞)를 즐겼다는 기록이 여러 곳에 공통으로 보인다. 모여서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는 내용이다. 요즘 말로 하면 떼춤과 떼창을 즐겼다는 이야기다. 아이돌이 노래하면 다 같이 춤을 추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전형적인 고대한국인들의 노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의 기질을 오래전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우리의 타고난 기질이 유교 중에서도 주자학이 중심을 이루는 조선을 거치면서 약화했음에도 지금도 살아있는 기질이다. 떼춤과 떼창을 즐기고, 밤낮없이 놀며, 남녀노소 구분 없이 놀았다는 기록이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곳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한국인에게 내재된 ‘흥’의 문화가 얼마나 강렬한가를 알 수 있다.

지금도 현재하고 있는 것이 흥의 문화다. 대표적인 것이 노래방문화다. 놀라지 마시라. 한국인은 노래방에 하루에 300만 명이 간다는 통계조사가 있다. 한국 사람은 한 달에 평균 두 번 정도 노래방을 간다는 통계자료다. 그뿐 아니라 버스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민족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이 한국인이다. 우리의 마음속에, 전통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고, 현재에도 흥의 기질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한류의 원천은 우리의 유전인자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들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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