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철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시인, 작가)

 

한국인을 기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악기가 있다. 장구다. 타악기는 하나의 음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나 유럽, 남미의 악기를 봐도 타악기는 하나의 음만을 가지고 있다. 소리가 크고 작게 할 수는 있지만 두 음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구의 악기 중에서 장구는 특별하다. 타악기는 타점의 재질을 하나의 가죽이나 하나의 재질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좌우의 가죽이 다르다. 타악기의 타점의 좌우를 다른 가죽으로 사용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에겐 익숙한 악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좌우의 크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극단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의 품이 여간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다름의 포용성이 극단적이라고 할 만큼 드문 사례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경우 모든 타악기는 왼손으로 왼쪽을, 오른손으로 오른 쪽의 타점을 친다. 하지만 장구는 오른 타점을 왼손으로, 왼 쪽을 오른손으로 치기도 한다. 극단의 수용, 다시 말해 극단의 넘다듦이 이만큼 큰 사례는 없다. 한국인은 극단이란 단어 하나로 설명하면 신기하게도 한국인을 설명하는데 너무 쉽게 풀린다.

이어령 선생이 일본인의 정체성을 설명하면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고 했다. ‘축소지향’으로 일본인의 사회문화현상 그리고 기질을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인에 대한 키워드는 아직 없다. 나는 감히 말한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극단極端’이다.

극단이란 잣대를 들이대면 모든 것이 풀리는 신비한 현상을 경험했다. 극단은 한국인의 기질과 정체성을 이해하는 ‘열쇠’다. 한국인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인 셈이다.

극단은 한쪽으로 치우쳐져 마지막에 이른 상태나 생각을 말한다. 한국인에게 극단은 한 쪽으로 치우쳐진 하나의 심성이 아니라 오묘한 점이 있다. 하나의 극단으로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극단은 다름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이 가진 기질인 ‘빨리빨리’의 서두름과 서두름의 반대편에 있는 ‘은근과 끈기’라는 정서를 같이 가지고 있다. 반대되는 성격을 같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것을 함께 끌어안는 특별한 능력은 아주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문화전반에 걸쳐서 나타나며 사회현상으로 일반적이다.

한국인을 설명하면서 한국인의 기본 정서인 ‘한(恨)’ 하나만을 가지고 설명하면 반쪽만 설명한 것이 된다. 대척점에 있는 ‘흥(興)’의 정서를 함께 설명해야 완성된다. 한국인은 하나의 정서로 설명이 안 된다. 모든 면에서 그렇다.

다시 설명하면 ‘빨리빨리’가 긍정적인 면으로는 성실, 부지런함 같은 것으로 이야기 되지만 부정적인 면으로는 서두름, 조급함을 말한다. 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은근과 끈기의 정서는 참아냄, 꾸준함, 한결같음을 말한다. 이 둘을 함께 설명해야 한국인은 설명이 가능하다.

그리고 내려앉는 ‘한’의 정서와 솟아오르는 ‘흥’의 정서는 한국인을 설명하기 위한 상징성인데 마찬 가지로 한과 흥은 하나의 큰 틀에 담아야 한국인을 설명할 수 있는 정서다. 한국인에게 역동성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다름을 능청스러울 정도로 쉽게 받아들이는 특성에서 역동성이 나오고, 창조능력이 나온다.

한국인을 알아야 한국의 사회문화 현상뿐 아니라 정치, 경제, 예술, 문학을 이해할 수 있다. 나, 한국인을 아는 첫 걸음은 한국을 아는 첫 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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