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철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과거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이 한국인을 비하했다. 조선인은 모래와 같은 민족이라 뭉칠 수 없는 민족이다, 조선은 당파싸움으로 얼룩진 나라라고 했다. 조선인이 모래와 같다는 것은 한국인의 특성의 나쁜 부분만을 말한 것이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선비의 나라, 즉 정신의 나라이기 때문에 강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고 극히 독립적이다. 정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성이다. 조선인은 모래와 같다고 하는데 독립적인 사람이 굳이 뭉쳐서 다닐 필요가 없다. 당연히 혼자서 잘 지내고 독립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뭉쳐야 할 때는 무섭게 뭉친다. 어느 나라보다 강하고 화끈하게 뭉친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인의 뭉치는 단합에 대해 놀라워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다. 독립적인 인간은 국가의 위기에 대하여 공감했을 때 비로소 뭉친다.

배가 서해에서 기름을 유출했을 때 자발적으로 달려 나가 국토의 상당 부분을 오염시킨 기름을 제거하는데 참여한 인원이 백만 명이다.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월드컵 때는 전 국민이 붉은 악마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거리로 나와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국인이 결속할 때는 공감했을 때와 위기에 닥쳤을 때다. 평소에는 독립적이고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무리를 져 다니지 않는다.

한국인은 냄비근성이 있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냄비근성은 우리의 빨리빨리 근성의 대표적인 조리기구다.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는 것을 빗대어서 한국인의 나쁜 점을 부추기려 한 조리기구다. 빨리빨리 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머리가 뛰어나지 않으면 절대로 빨리빨리 할 수 없다. 중국의 경우처럼 프라이팬 하나가 아니라 우리의 경우는 냄비와 더불어 반대편에 뚝배기가 있다. 오래 데우고, 천천히 식는다. 우리에게는 냄비보다 더 오래 된 뚝배기가 있다. 은근하면서도 끈기 있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성향이다. 다시 말하면 빨리빨리를 꾸준하게 지속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큰 장점은 없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우리 자신을 비하해 왔다. 오히려 다른 나라 사람에 의해 한국인의 위대함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내부적인 자긍심이 아니라 외부적인 자극에 의해 우리도 능력이 있구나 하고 놀라워하기 시작했다. 자긍심이 없으면 존재가치가 사라진다. 지금 우리는 힘들어한다. 우리는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한다. 세월호 사건으로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세월호 사건은 ‘사고’다.

새가 날기 위해서 창자의 길이를 줄이고, 뼛속을 비워야 하는 극단의 조치를 했다. 멀리 오래 나는 새일수록 뼈 속은 비어 있고, 창자의 길이는 짧다. 날기 위해 평생 설사를 하는 운명을 가져야 하는 것이 새의 운명이다. 하나를 가지면 하나는 반드시 버려야 한다. 모든 선택은 하나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동안 먹고사는 일에 전념했다. 안전에 둔감한 면을 보여 왔다. 국가나 한 단체의 일이 아니라 전 국민이 안전을 방치했다. 남을 원망할 시간에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면 된다. 시위도 좋지만 시위할 시간에 새로운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한 사람이 할 일이다. 처벌보다 중요한 것이 새로운 안전대책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한국인만 모르는 한국인에 대한 3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한국인은 자신들이 부자라는 것을 모른다. 둘째는 한국인은 자신들이 위대하다는 것을 모른다고 한다. 셋째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위험한 나라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간다고 한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세계 10위의 나라다.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한 번에 이룩한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전쟁을 잠시 휴전한 나라다. 다시 말하면 전쟁 중인 나라에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한류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위대하다. 다시 시작하면 반드시 안전도 국가적인 부흥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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