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입장이 묘하다.

경기에 임하고 있는 선수들이야 일정에 맞춰 컨디션 조절 등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역할은 미흡한 것 같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아베 총리 등 동북아시아의 정상들이 개막식에 참석한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불참했다.

개막식 불참에 대해서는 “올해 정부 업무보고 등 국내외 예정이 차 있고 또, ‘경제혁신 3개년계획’의 발표를 앞두고 있어 부득이 소치에 갈 수 없었다”는 설명은 이유가 된다. 사정이 그렇다면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위신과 명예를 높이기 위해 최소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소치 현지에 출장케 하는 대안도 있었다.

총리 참석은 대통령을 대신해 개최국 러시아에 대한 정중한 예의가 될 뿐 아니라 지구촌축제에 대한 배려나 4년 후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기원 등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을 터인데, 좋은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우리 헌법상 대통령 유고시 그 권한 승계의 1순위는 국무총리다. 또한 대통령이 공무로 바쁠 경우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최우선 순위도 국무총리인 만큼 총리의 역할은 막중하다. 새 정부 출범 시기에 박 대통령이 정부 기능을 논하는 과정에서 ‘책임총리제’가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대통령은 외교, 안보, 통일문제 등 굵직한 국정에 전념하고 내각의 일부 권한을 총리에게 넘겨주어 국정을 활기차게 굴러가게 한다는 의도인 바,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다면 총리가 소신을 갖고 행정 각부를 지휘·통제할 수 있겠구나 국민이 책임총리제를 좋게 생각했던 것이다.

새 정부 출범 1년을 맞는 지금, 책임총리제는 온데간데없다. 며칠 전 모 언론에서는 정 총리가 지난 8월 “기업 활동을 막는 규제 1650건을 연말까지 확 풀겠다”고 약속한 데 따라 그 이행 여부를 언론사가 확인한 결과 ‘7건 중 4건 꼴로 안 풀렸다’는 보도가 났다.

해당 부처가 “바빠서”라는 딴청을 피운다는 것인데, 이 보도는 총리의 실상을 잘 말해주고 있다. 장관이나 부처 공무원들이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고 총리 지시에는 꿈쩍 않는다는 게 규제 관련 언론 보도에서 보는 바와 같다. 과거와 같이 들러리총리의 역할로서는 참신한 국정은 없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