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재난과 재해든 사전에 그 위험성을 알고 안전관리를 잘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가 있다. 특히 예상되는 자연재해와 그에 따른 부수적인 안전사고는 더욱 그렇다. 지난 2월초부터 강원도와 동해안지방에 내린 폭설은 엄청난데, 9일간 연속 내린 강릉지역의 적설량이 110㎝를 기록해 지난 1911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다. 평소 눈 내리는 양이 적던 동해안 남부의 포항, 경주, 울산 등 지방에까지 누적 적설량이 60㎝나 되는 등 많은 눈이 내렸다.
동해안 지방의 폭설과 막힌 도로를 뚫거나 산간마을에서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는 장면들이 매일저녁 뉴스에 보도가 됐고, 이를 보는 국민은 혹시라도 지붕이 무너져 인명사고가 발생할까 걱정하기도 했다. 엄청난 양의 눈이 집 지붕이나 시설 위에 쌓인 상태에서 붕괴 사고 위험이 우려되는 가운데, 17일 오후 9시 6분께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990㎡) 지붕이 붕괴돼 이곳에서 행사하던 부산외대 신입생들이 목숨을 잃는 등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수일에 걸쳐 내려 쌓인 눈 무게를 지붕이 못 이겨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고는 자연재해가 원인(遠因)이 되긴 했으나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 재난관리책임 당국에서는 동해안 폭설지역의 취약 건물에 대한 붕괴사고 등을 예상해 눈치우기, 다중이용 장소 금지 등 상응한 조치를 해야 함에도 안전문화활동에 소홀했다. 이를 보면, 새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꾸면서까지 ‘안전’을 강조해왔지만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물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조사해봐야 드러나겠지만, 폭설 지역의 시설물을 행사장으로 정한 데는 학생회의 준비 소홀과 대학 측의 무책임한 행정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국의 자연재해대책법상 ‘설해(雪害)의 예방 및 경감대책’에 의한 고립·눈사태·교통두절 예상지구 등 취약지구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결과도 한몫하고 있다. 폭설로 붕괴 위험이 예상되는 지역과 시설물에 대해 충분한 안전대책 조치나 대국민 계도를 하지 않은 재난관리책임 당국의 안전불감증은 결코 면책될 수 없다. 당국의 안전조치 미흡과 대학, 총학생회의 안일한 태도가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이번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가져다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