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원래 르네상스란 용어는 학문 또는 예술의 재생·부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프랑스어의 renaissance, 이탈리아어의 rina scenza, rinascimento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고대의 그리스·로마 문화를 이상으로 하여 이들을 부흥시킴으로써 새 문화를 창출해 내려는 운동으로, 그 범위는 사상·문학·미술·건축 등 다방면에 걸친 것이었다. 5세기 로마 제국의 몰락과 함께 중세가 시작됐다고 보고 그때부터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야만시대, 인간성이 말살된 시대로 파악하고 고대의 부흥을 통해 이 야만시대를 극복하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 운동은 14세기 후반부터 15세기 전반에 걸쳐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통설인데, 이 운동은 곧 프랑스·독일·영국 등 북유럽 지역에 전파돼 각각 특색 있는 문화를 형성했으며 근대 유럽문화 태동의 기반이 됐다. 이때의 르네상스 외에도 문화부흥 현상이 보인 기타의 시대에 대해서도 이 용어를 사용하는데, 카롤링거 왕조의 르네상스, 오토 왕조의 르네상스, 12세기의 르네상스, 상업의 르네상스, 로마법의 르네상스 등이 이에 속한다. 르네상스라는 개념 형성은 이미 그 시대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 동양의 분단국가 한반도에서 남북통일이란 과정을 볼 때 이미 신르네상스는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한류문화가 북한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통일은 단순히 우리 민족이나 한반도란 지역 범위의 통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통일은 곧 동북아 지역의 재통합과 태평양시대의 진정한 개막을 여는 21세기의 신르네상스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오는 3월 4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는 ‘하나의 한국, 더 나은 아시아(One Korea, New Asia)’란 제목의 통일포럼이 개최된다. 바로 이것이 문화통일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문화통일의 역량은 충분하다. 우리의 문화에너지는 계속 확대 재생산될 것이며 다만 그것을 어떻게 북한이란 동토의 땅으로 퍼 나르느냐만이 고민일 뿐이다. 19세기 인류문명은 철길을 따라 이동했다지만 문화적 수요는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풍요로운 남쪽에서 고갈의 땅 북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다음은 경제통일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권력에 취해 ‘생각의 균형점’을 잃어버림으로써 제 고모부까지 처형하는 말세를 달리지만 경제회복에는 나름대로 의지가 분명하다.

지난해 북한이 선정한 13개의 경제개발구에는 우리 한국과 근접한 황해도와 강원도 지역도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 바로 이 지역을 공략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뿌리 내리는 무릉도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되 이번에는 일방의 공단이 아니라 우리 쪽의 파주와 연천, 철원 등지에도 합작공단을 건설해 휴전선 일대를 전부 ‘남북평화경제구역’으로 벨트화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 생산력과 더불어 이 지역은 세계인들이 줄을 이어 찾는 국제관광지대로도 발전할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제안한 DMZ세계평화공원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휴전선 일대에 평화와 관광이 안착된다면 자연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곳은 자연스럽게 세계평화공원으로 발전할 것이다. 우리 한국의 간척지가 제철소로 변하고 자그마한 포구가 세계적인 조선소로 발전한 경험을 북한 땅에 재현하자.

문화통일·경제통일 뒤에 찾아오는 정치통일 역시 직접적인 가시화에 목맬 필요가 없다. 남과 북의 정권이 하나 되는 일은 강제적 물리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재균형(Rebalance)의 산물로 만들어야 한다.

지방별로 대표를 선출하고 그 지역 대표들이 중앙의회를 구성하며 거기서 최고 지도자를 뽑고 나면 남북 통합정부가 출현하게 될 것이다.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누가 모르랴. 그렇다면 현재처럼 찢어져 으르렁거리며 계속 아귀다툼이나 벌린다면 그게 대안인가. 5천 년을 이어온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의지가 이제는 통일의 새로운 5천 년 르네상스로 이어져 갈 역사적 순간 앞에 서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