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의 ‘보통강정변’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청와대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복원하기로 하였는바 매우 잘한 일이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NSC는 이명박정부 출범 후 사무처가 폐지돼 현재는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하지만 앞으론 NSC를 외교안보 파트의 컨트롤 타워로 삼겠다는 게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급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감안한 구상이다.이에 따라 청와대는 20일 김장수 실장이 NSC상임위원장을 겸하고 국가안보실 1차장(신설)을 NSC사무처장으로 임명하는 내용의 국가안전보장회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브리핑에서 “NSC 활성화 및 국가안보실 기능·조직의 강화 방안을 마련해 오늘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 재가를 얻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NSC 운영과 국가안보실 기능을 보강할 수 있도록 NSC 상설 사무조직 설치를 포함한 방안들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었다.

청와대 안에 따르면 김 실장은 매주 NSC상임위원회에서 외교안보부처의 정책을 조율해 대책을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게 된다. 또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필요할 때 NSC를 개최할 수 있다. 청와대는 현재 상임위원회 참석 멤버를 어떻게 구성할지 검토 중이다.

김 실장은 국가정보원이나 외교안보 관련 부처 정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정책조정비서관실은 국가안보실 조직이 확대 개편되는 것이고, 안보전략비서관실은 신설된다. 위기관리센터와 국제협력비서관실은 기존의 국가안보실 조직이다. NSC상임위원회와 사무처를 모두 국가안보실이 리드하도록 얼개를 짠 것이다. NSC사무처 기능이 추가되면서 국가안보실 조직은 현재 차장 없이 3실(정책조정비서관실·정보융합비서관실·위기관리센터) 체제였으나 1, 2차장이 신설되고 안보전략비서관실이 추가된 4실 체제로 확대된다.

지나친 안보 기구의 증대는 자칫 옥상 옥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그토록 안 좋았던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NSC 없이 국가 안보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 물론 NSC 복원을 반대하는 주장은 아니다. 충분히 청와대 안보정책실과 국방부 등 최첨단 국가안보 기구와 역량이 있는데 이제 또 다시 100여 명으로 구성되는 초대형 안보 싱크탱크가 좀 무리한 건 아니냐는 뜻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는 안보와 통일이라는 두 바퀴가 균형 있게 굴러갈 때 안전하게 보장될 수 있다.

지나친 안보 강조는 자칫 박근혜정부의 평화통일 의지를 훼손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북한의 예측불허하는 행동이 돌출되는 상황에서 안보정책 기구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이에 아울러 통일을 준비하는 기구 역시 새로 편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통일하면 돈부터 생각하지만 돈보다 앞서는 것이 통일인재와 제도정비다. 대한민국 통일의 헌법기구로 이북5도청이 있다. 현재 이북5도청의 북한 수복능력과 의지는 어떤가. 이 나라의 시장경제 발전과 민주화, 그리고 안보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이북 1세대들은 이제 서서히 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분들이 지녔던 북한 지역의 혈연, 지연, 학연은 명맥이 거의 끊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다행스럽게도 북한의 독재에 저항하여 탈출해온 2만 6천여 명의 탈북민들이 있다. 왜 이들을 통일역량으로 준비시키지 않는가? 이들이야말로 쟁쟁한 학연과 지연, 혈연을 북한 각지에 두고 있는 통일의 역군들이다. 국회의원과 장관들의 ‘역군’ 연설은 이제 지겨울 대로 들었다. 이 나라 맨 하층의 빈곤자로 자리매김된 탈북민들이 어떻게 통일의 역군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에게 경제적 부를 주라는 말이 아니라 통일의 역군다운 지위를 안겨주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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