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선언하였다. 대환영이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이 있다. 통일은 축복이라는 것이다. 통일에 대한 간단한 비유 하나로 오늘 칼럼을 시작하고자 한다. 북한이라는 저수지에 배가 한 척 떠 있다. 물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 속엔 고기가 득실거린다. 그런데 물이 줄어 배가 뜰 수 없고 연로가 없어 엔진 작동이 안 되고 있다. 우리가 다가가 물을 채우고 배에 시동을 걸면 그야말로 대박이 터진다. 그런데 지금 그 배에 중국이 먼저 다가가고 있지 않는가.

왜 통일은 블루오션이라고 하는지도 설명이 필요하다. 블루오션이란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알려져 있지 않아 경쟁자가 없는 유망한 시장을 가리킨다. 블루오션에서는 시장 수요가 경쟁이 아니라 창조에 의해 얻어지며, 여기에는 높은 수익과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하는 엄청난 기회가 존재한다. 그리고 경기 법칙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블루오션은 아직 시도된 적이 없는 광범위하고 깊은 잠재력을 지닌 시장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이 용어는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국제경영 담당 석좌교수이며 유럽연합(EU) 자문위원인 김위찬 교수가 학교 동료인 르네 모보르뉴 교수(인시아드 전략 및 경영학 교수, 세계경제포럼 특별회원)와 함께 제창한 기업 경영 전략론 ‘블루오션 전략’에서 유래했다. ‘블루오션 전략’은 2005년 2월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돼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전 세계 1백여 개국에서 26개 언어로 번역·출간됐다.

블루오션 전략은 기업들이 발상 전환을 통해 산업혁명 이래로 끊임없이 거듭해 온 경쟁 원리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차별화된 매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이미 잘 알려져 있어 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장은 레드오션(red ocean)이라고 한다.

블랙홀에 대한 용어의 역사도 길다. 이미 20세기 초에 거론되던 블랙홀은 마침내 1969년, 미국의 조 휠러(John Archibald Wheeler)에 의해 ‘블랙홀’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다. 믿겨지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 이전에는 ‘블랙홀’이란 이름조차 없었다. 그 대신 ‘얼어붙은 별’ ‘붕괴한 별’ 등의 이상한 이름으로 불려온 것이다. 그리고 블랙홀은 ‘빛까지 빨아들이는 지옥’ 또는 ‘시공간의 무서운 구멍’ 등으로 불리며 모든 것을 남으로부터 빼앗기만 하는 ‘놀부’ 같은 이미지를 굳히게 됐다.

오늘 한국의 정치인들은 온통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다. 그들에게 통일은 안중에도 없다. 분단국가인 오늘의 현실에서 남한 내 사회통합도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하는 그들이 과연 통일국가를 운영할 수 있을까. 통일의 개념도 없는 정치인들을 거느리고 대통령이 ‘대박론’을 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이 말이다. 우리 청소년들 2명 중 1명은 통일에 찬성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대관절 통일이 되면 자신들에게 어떤 베네빗(편익)이 돌아오는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의 블루오션을 빨아들이는 치욕의 블랙홀로 전락한 한국 정치권이 대오각성하지 않는 한 통일은 요원하다. 북한의 무력통일론은 능력은 전무하고 의지는 창궐한다. 한국의 평화통일론은 능력은 창궐하는데 의지가 미약하다. 정치인들이 먼저 통일을 외치고 통일에 앞장서는 솔선수범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비전이 없는 리더들, 자기 밥그릇 싸움에 광분하는 정치인들 모두 권력의 자리를 내놓기 바란다. 한 시절 권력에 도취해 산해진미로 욕구를 채울 때 저 북녘 땅 우리 동포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절규하는 고통을 함께 나눌 의지가 없다면 그들은 더 이상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 시정잡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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