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전주하면 비빔밥, 비빔밥하면 전주’라 할 정도로 전주의 비빔밥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진주의 향토사학자 故 김상조 선생은 전주의 비빔밥을 부뷤밥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원래 진주비빔밥은 가마솥에 밥을 할 때 한 물 넘으면 콩나물을 넣고 뜸을 드려 이미 가마솥에서 콩나물과 함께 섞기 때문에 비빔밥이 아니라 부뷤밥이라고 주장 한다.

여기서 1968년 당시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에서 조사한 전주비빔밥 조리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쇠머리를 푹 끓여서 굳은 기름은 걷어 버리고 쌀을 넣고 밥을 고슬하게 짓는데, 밥이 한 물 넘으면 콩나물을 넣고 뜸을 들인 후 더울 때 참기름으로 무친다.

숙주, 미나리는 각각 데쳐서 참기름과 묽은 장(청장)으로 무친다. 도라지는 소금에 절여 주물러서 다시 헹구어 짜서 볶고 고사리도 삶아서 기름장으로 무쳐 볶는다.

우둔고기는 채 썰어 양념장으로 육회를 무친다. 청포묵은 굵게 치고 계란은 황백으로 지단을 부쳐 란면(卵麵)으로 썬다. 밥을 조반기에 담고 각색 재료를 색 맞추어 덮어 얹고 엿고추장은 종지에 따로 곁들인다.

전주비빔밥에는 반드시 콩나물국이 따라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혹자들은 전주비빔밥이 궁중의 음식이나 섣달그믐날 먹는 음식, 제삿집 비빔밥으로 그 유래를 말하는 사람이 있으나 최승범(崔勝範)의 <란록기(蘭綠記)>에 전주비빔밥의 유래가 잘 묘사돼 있다.

“산과 들 바다가 고루 갖추어진 전라도의 음식은 세 곳에서 나는 것을 모은 것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농번기에 농가의 아낙네는 들에 밥을 이고 갈 때 버들고리나 광주리 밥동구리를 모두 동원하여 찬 접시를 담고 나가려 하나 어찌 나를 수 있으랴, 그래서 생각한 것은 큰 옹배기 같은 그릇에 밥을 담고 찬을 그 위에 열열히 담고 고추장 한 그릇 담고 숟가락 챙겨 이고 나갈 때 논고랑 밭고랑을 쉽게 걸어가서 밭둑 논둑의 푸른 하늘아래 야외식탁이 펼쳐진 것이 비빔밥의 최첨단이고 보니 식단 합리화라”고 칭송한다.

최승범의 <란록기>에 보면 전주의 비빔밥은 농경문화에서 그 유래를 들수 있는 대목이지만, 이철수의 <전주야사>에서 “전주비빔밥은 조선조 때 감영(監營)내의 관찰사, 농약패의 판관 등이 입맛으로 즐겨왔었고 성(城)내외의 양가에서는 큰 잔치 때나 귀한 손님을 모실 때 외에는 입사치로 다루지 아니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오래 전부터 전주의 고관들이나 부유층에서 식도락으로 즐겼던 귀한 음식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전주부성 향토세서기’ 중 2, 3, 4월경에 기호음식으로 비빔밥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전주에서는 200여 년 전부터 이미 비빔밥을 즐겨먹었음을 알 수 있다.

전래 과정에서 그 역사․지리적 환경과 관련 지어 볼 때 전주에서 특히 잘 발달한 이유로는 풍부한 식재료(전주10미)와 부녀자의 음식 솜씨 등으로 인해 오늘날의 ‘전주비빔밥’이 탄생하였다고 사료된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 3대 음식 운운하는 것을 좋아 하지만, 그 단초는 조선 후기 실학자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와 일제 때 지식인 호암 문일평이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平壤之紺紅露、冷麪、骨蕫飯 평양의 감홍로, 냉면, 골동반이 유명하다는 문장이다’이라 기록돼 있는데, 이 책에는 전주도 언급된다. 생강과 달래가 유명하단 기록은 있어도 비빔밥이 유명하다는 말은 없다.

문일평의 <조선인과 음식물>이라는 책에서는 ‘매식 가운데 개성 탕반과 평양냉면, 그리고 전주의 골동반이 지방도시의 대표적인 명식물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규경과 문일평의 표현이 돌고 돌고 돌아서 조선시대 3대 음식으로 유명한 것은 ‘개성 탕반’ ‘평양냉면’ ‘전주비빔밥’이 된 것이다. 결국 공인된 것도 아니고, 확대 재생산 된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동시대의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우리나라 지방 명식물로 전주에는 콩나물을, 그리고 비빔밥은 전주가 아닌 진주를 들고 있다. 전주지역 관광청에서는 진주, 해주, 전주를 들고 있고, 여기에 안동과 평양 등지도 추가할 수 있다. 결국 일제시대 까지도 전주는 비빔밥이 유명한 여러 지역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