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함평비빔밥

전남 함평장은 예로부터 소 시장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2, 7일에는 5일장이 서는데 함평 장터 안에는 질 좋은 육회를 얹은 비빔밥집이 여전히 인기가 있다.

함평 육회비빔밥의 맛을 결정짓는 첫 번째 요소는 두말할 것도 없이 한우의 질이다. 육회비빔밥은 다른 지역 비빔밥에 비해 재료가 간단한 편인데, 그만큼 육회 맛에 자신 있다는 의미다.

밥알이 뭉치지 않고 잘 비벼지도록 한 고슬고슬하게 찐 밥을 넓적한 대접에 퍼 담고 선짓국물에 살짝 담가 익힌 애호박채와 콩나물, 김 가루, 허벅지살이나 엉덩이살을 채 썬 육회, 두툼하게 부친 지단, 다진 마늘, 송송 썬 쪽파,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 그리고 이 집만의 비법인 새우젓과 다진 마늘, 고춧가루를 고추장과 섞어 숙성시킨 고추장 양념장을 얹어 내준다.

부추가 많이 나올 때는 부추도 함께 넣는다. 함평육회비빔밥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시루에 쪄서 기름을 뺀 뒤 채 썬 하얀 돼지비계를 몇 가닥 넣고 된장을 끓여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특제 고추장으로 비벼야 한다. 그날 아침에 잡아 선홍색으로 숙성되기 전 짙은 자줏빛을 띠는 육회는 차지고 쫄깃하며, 함께 나오는 부드러운 선짓국은 냄새 하나 없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쇠머리와 뼈를 우려 육수만 말갛게 내뒀다가 그때그때 선지를 듬뿍 넣고 소금으로만 간을 맞춘다. 금방 무친 배추겉절이, 3년 묵은 칼칼한 묵은지, 열무물김치가 곁들여 나온다. 

◆통영비빔밥

통영 사람들은 명절의 차례나 기 제사 생일잔치, 혼인잔치 때 비빔밥을 해 먹는다. 이 통영 비빔밥은 제철에 맞게 콩나물, 오이, 호박, 가지, 박, 시금치, 미나리, 국파래, 생미역, 톳나물, 솎음배추, 방풍, 무, 부추, 건대, 쑥갓 중에서 계절에 따라 10가지 이상의 나물을 넣는다. 여기서 빠져서 안 되는 재료가 미륵도 근처 이끼섬에서 자생하는 방풍초(防風草)라 불리는 ‘방풍나물’이다.

만드는 법은 콩나물은 삶고 부추와 시금치는 파랗게 데쳐 양념에 각각 무친다. 톳나물과 미역도 각각 양념장에 무친다. 무, 호박은 채 썰고 오이, 가지는 은행잎 모양으로 썰어 조갯살과 함께 각각 볶아 놓는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조갯살을 볶은 다음 물을 5컵 부어 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한소끔 끓인 후 두부를 썰어 넣는다. 위의 각각의 나물을 대접에 둘러 담고 중앙에 두부 탕수국을 부어 밥을 넣고 고추장에 비벼 먹는다.

통영 사람들 대부분이 좋아하는 톳나물은 볶은 조개에 두부를 섞어서 만든다. 이 톳나물을 나물밥의 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 통영 나물비빔밥을 돌김에 싸서 건어찜과 먹는 감칠맛은 통영 사람들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특별한 맛이다.

통영사람들은 제사에는 여러 가지 신선한 생선을 말려 커다란 솥에 넣고 쪄서 그것을 된장국물에 발라서 먹는다. 일명 건어찜이다. 통영에는 가자미, 삼뱅어, 민어 등 맛있는 건어가 많이 있었다. 통영 문화동에 '쪼깐이네 집'이라는 전설 같은 유명한 비빔밥집이 있었다.

이 집의 비빔밥 맛은 전국에 알려져 통영에 들르는 식도락가들이 꼭 찾는 집인데, 이 집이 쪼깐이 집으로 불리게 된 이야기가 재미있다. 주인 할머니의 키가 작아 쪼깐이, 비빔밥 양이 작아 쪼깐이, 손님들이 음식을 재촉하면 “쪼깐 기다리소!”라고 해서 쪼깐이 집이라는 애칭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최근에 해초 비빔밥이 유행하지만 아마 통영비빔밥이 해초 비빔밥의 원조가 아닌지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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