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52)이 다음 달 북한에서 농구 경기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로드먼은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 즈음 방북 계획을 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7명의 전·현직 NBA 선수들이 나와 함께 북한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로드먼은 올해 2월과 9월에도 북한을 방문했다. 9월 방북 때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농구 경기를 관람하는 등 남다른 친분을 과시했다.

그는 “친구들이 색다른 문화를 경험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생각하는 것만큼 북한이 나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NBA 선수들을 데려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내가 정치가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김 위원장에 대한 기삿거리를 만들려는 것도 아니다”며 “무엇보다 김 위원장과 나는 친구”라고 말했다.

로드먼은 NBA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시카고 불스 등에서 뛰다 1999-2000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음주운전, 성추행 등 끊임없이 사건을 일으켜 ‘코트의 악동’으로 불렸다. 초록은 동색이라 했던가. ‘정치의 악동’으로 불리는 김정은은 벌써 두 차례나 그를 초청해 별장에서 희대의 파티를 베푸는 등 융성한 대접을 아끼지 않았다. 최초로 로드먼의 평양 방문을 성사시킨 것은 북한 내각의 외무성이다.

그렇다면 왜 김정은은 그토록 미국인 로드먼을 좋아할까. 그가 좋아하는 것은 진정한 아메리칸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현재 미국에는 김정은의 친이모 고영숙이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1998년 북한으로의 소환을 거부하고 망명길에 오른 고영희는 남편과 함께 곧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마도 외삼촌인 고동훈도 미국에 있을 것이다.

일찍이 10대 나이에 어머니 고영희를 잃은 김정은에게 이모는 또 하나의 살아있는 ‘어머니’가 아닐까. 김정일 위원장도 살아생전 어머니에게 집착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단 한 명의 이모도 없었다. 금의환향이란 말이 있듯 성공한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가장 먼저 혈육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김정은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최초로 로드먼을 안내해 갔던 에이전트는 김정은이 은연중 “이모가 귀국하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평양에서 함께 살자”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김정은은 다른 것은 몰라도 현재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란 양대 공안기관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자신의 힘이면 얼마든지 이모를 지켜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또 고영숙의 망명 뒤 북한의 고위 엘리트들 속에서는 망명 자금 30만 달러 모으기가 유행했는데 이제 그들이 평양에서 흥청망청 그 달러를 뿌려가며 신흥귀족으로 행세하고 있다. 어느 정도 3대 세습에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고영숙 역시 미국에서의 타향살이 15년 이제 귀소본능에 시달릴 때도 되었다. 다른 곁가지가 아닌 김정은의 어머니와 직계되는 고영숙이 평양으로 돌아가 옥류관 냉면도 먹으며 여생을 보낼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김정은의 권력이 탄탄해지는 것과 더불어 고영숙의 귀국은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2년인 올해 온갖 ‘대회정치’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퍼스트레이디 이설주는 ‘성추문설’로 이 어린 지도자에게 헤비급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다. 자신의 권력이 굳어갈수록 김정은에게는 아련하게 어머니 고영희의 모습이 되살아 날 것이며 그 몽환의 유혹을 뿌리치기에 김정은의 나이는 너무 어리다. 하지만 미국에서 오랫동안 최첨단 자본주의 생활을 한 고영숙이 과연 김정은의 청을 수락하여 귀국행 비행기에 오를지 그 또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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