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님, 우리 목욕합시다.”

양평에 거의 도착했을 때 그가 또 뜬금없이 말했다. 동네 목욕탕조차 다니지 않는 한한국으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거기다가 어젯밤에 처음 만난 사람이 아닌가.

“저이는 절대 안 갈 거예요.”

“왜요? 좋은 데가 있습니다.”

보다 못한 아내가 거들어 주었지만 그는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한 작가님! 몸 풀어야 해요. 유황온천이 억수로 몸에 좋다니까요! 내 친구가 합니다!”

그러더니 다시 전화를 걸어 “친구야, 나데이! 세계평화작가가 가니 준비 잘 하그레이!” 하고 단단히 부탁을 하니 한한국으로서도 도리가 없었다.

유황온천장에 도착해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보는 사람마다 놀라는 눈치였다. 유명한 연예인을 보게 된데다 한복 차림새의 한한국까지 곁에 있어서 더욱 의아해하는 듯했다. 사실 한한국으로서도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도대체 세상이 다 아는 가발은 어찌할 것인가? 엉뚱한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한한국이 옷을 벗으며 그를 힐끔 쳐다봤다. 예상과는 달리 그가 가발을 벗지 않아 좀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와아, 역시 프로다! 몸이 예술이네. 그 나이에 군살 하나 없고 마치 20대 몸짱 같잖아!”

같은 남자인 한한국이 보아도 그의 철저한 몸 관리에 절로 존경심이 생겼다. 탕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한 작가님! 진정한 프로는 내 몸 관리도 잘해야 합니다. 그걸 못해서 약속한 대중 앞에 못 서게 되면 안 되죠! 한 작가님도 몸이 아파 누우면 안 돼요.”

말을 마친 그가 물속에 머리를 담그고 호흡훈련을 하는데 누구라도 그만큼 오랜 시간을 버텨낼 것 같지 않았다. 심호흡을 통해 폐활량을 키우는 훈련 같았다.

바쁜 그들이었기에 한 40분쯤 목욕을 하고 나와 기다리던 있던 윤 시인과 함께 곧장 그의 별장으로 갔다.

“ 가끔씩 와서 쉬기도 하고 노래 연습도 해요. 가수란 직업이 여간 고달픈 게 아닙니다.”

그가 마치 고향집에라도 온 듯 활기찬 모습으로 별장 구경을 시켜주었다. 사방이 툭 트인 곳에 위치해 있고 조경이 아주 잘되어 있었다. 집 주변의 바위도 예술이고 잔디도 그의 손길이 많이 간 듯했다. 피아노가 놓인 방도 예술적 감각의 인테리어가 돋보였고, 석양을 바로 받는 침대는 기(氣)를 받는다고 했다.

“한 작가님, 여기 벽면을 보세요. 한 작가님의 작품을 꼭 걸어 둘 겁니다. 그 작품 이름은 나중에 얘기할게요.”

한한국 부부는 그의 별장에서 두 시간 정도 머물면서 집 구경도 하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자, 그만 차 마시고 식사하러 갑시다.”

미리 예약한 전통찻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가수로서 방송을 하는 어려움이라든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얘기를 듣다 보니 그냥 스타가 된 게 아니었다. 인기가수 설운도가 아니라 한한국의 작품을 보고 감동하던 모습에서 그의 국가관과 애국심을 보았고, 개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배려와 봉사심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그는 가족에게 아내에게 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작가님이 작품 활동할 때 부인 수고가 얼마나 컸겠소? 우리 집사람도 그래요. 나와 애들 뒷바라지에 작사 활동까지 하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 한한국 세계평화작가가 ‘바다의 꿈’을 쓰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