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연재] 평화대통령 한한국 (105)
[논픽션 연재] 평화대통령 한한국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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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와이프도 LA에 가고 매니저까지 보낸 거야! 어디에 알릴 곳도 없잖아. 우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한한국도 순간 운전대를 놓아버리고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를 살려야겠기에 무작정 액셀을 밟았다. 올림픽대로를 빠져나와 현대아산병원이 보였다. 너무나 다급한 상황이어서 그에게 물었다.

“설운도 회장님, 아산병원에 다 왔는데 그리로 가시죠?”

“안 돼! 검사하다 죽어! 순천향으로 가줘요!”

어쩔 수 없었다. 한한국은 순천향병원에 그가 지금 위급한 상황임을 알리고 의료진을 대기시키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길까지 말썽이었다. 2차선을 막고 공사 중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 캄캄한 새벽에 그것도 폭우가 쏟아지는 판국에 무슨 공사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 한한국은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비상등을 켜고 빵빵 경적을 울려대며 미친 듯이 거리를 내달렸다. 마침내 순천향병원에 도착했고 대기 중인 의료진에 의해 당장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여러 정황상 약물중독과 식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의사가 해독주사를 놓았다. 그런데 주사를 꽂자마자 갑자기 쇼크와 발작이 더 심해졌다. 당장에 두드러기가 돋아나오더니 따가워 죽겠다고 그가 발버둥을 쳤다. 의료진은 이상하다며 다른 원인을 찾더니 그에게 희귀 알레르기가 있음을 알아냈다.

“이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나 지금 정신줄 놓으면 안 돼! 나 좀 눈 감지 못하게 해줘요!”

그는 그런 심각한 상태에서도 살려는 집념과 의지를 보였다.

의사가 물러가자 그가 한한국의 손을 꼭 잡으며 부탁했다.

“한 작가님 내가 깨어날 때까지 내 손 좀 잡고 지켜줘요. 알았죠?”

“네, 걱정 마세요. 안심하시고 눈 좀 붙이세요.”

그가 그제야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주머니에서 지갑과 카드를 꺼내주었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 걱정 말라고, 깨어날 때까지 돌아가지 않는다고, 나를 믿으라고 그를 안심시켰지만, 다음 순간 한한국은 이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이 시각에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가 말이다.

의사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자신의 소견을 말했다.

첫째는 그간의 과로와 희귀 알레르기 때문일 수 있고, 둘째는 과로인데 온천에서 땀을 너무 뺐기 때문일 수 있고, 셋째는 아침부터 빈속에 새알심 팥죽과 인절미 떡을 먹은 게 급체한 것일 수 있고, 넷째는 정체 모를 알약을 복용한 것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 죽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만약 3분만 늦게 도착했어도 환자는 사망했을 것입니다.”

의사가 말을 멈추며 어떻게 아산병원 근처에서 그리 빨리도 달려왔냐고 물었다. 그건 한한국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한남 5거리에서 신호등도 무시한 채 마구 폭주했던 기억이 났다.

그는 아침 6시 반에야 깨어났다. 드디어 제정신으로 그를 보면서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면 보따리를 찾아내라고 한다는데, 과연 그는 어떨까?’

깨어난 그가 한한국의 손을 꼭 힘주어 잡으며 말했다.

“한 작가님, 고마워요. 한 작가님은 내 평생 생명의 은인이오. 죽을 때까지 절대 잊지 않겠어요.”

한한국은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그렇지, 물에 빠진 놈을 구해주면 보따리가 아니라 평생 은인으로 삼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가 다시 보였다. 그의 태도를 통해 그의 성품과 인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성공한 가수임과 동시에 진정한 예술인이었다.

▲ 제3회 대한민국 나눔대축제에서 한한국 작가가 ‘대한민국나눔홍보대사’ 위촉식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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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2013-10-26 06:27:38
서로의 만남이 그냥 만나지는게 아닌가봐요. 정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 다급한 상황에 .....

지선미 2013-10-26 00:58:37
사람 생명이라는 것이 인간의 의지로 어떻게 못하는 것인데.. 참으로 다행입니다. 급박할 때 솓아나는 힘은 어디서 오는걸까요?

깨미 2013-10-25 14:54:33
설운도를 살리신 분이군요. 이런 일이 있었다니. 설운도씨가 이런 이야기를 할법도 한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