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이산가족의 아픔을 노래한 그와 한한국은 공통분모가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반가운 느낌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밤 2시가 넘어 있었다. 너무 늦어 그만 돌아갈까 하는데 설운도 씨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근데 <희망 대한민국> 작품은 어디 가면 볼 수 있습니까?”

“네, 제가 김포에 사는데 거기에 작업실이 있습니다.”

“어, 그래요? 내가 그곳 ‘애기봉’이란 노래를 불렀는데요. 이거 인연입니다. 작품 좀 보러 갑시다.”

“아니, 어제 수술하셨다면서요? 몸도 불편하신데 지금 나가시면 안 될 텐데요?”

“아뇨, 당장 보고 싶네요.”

장 박사도 다음에 일정을 잡자면서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설운도 씨가 고집을 꺾지 않고 환자복에 윗도리만 걸친 채 앞장을 섰다. 간호사에게는 잠시 바람 쐬고 들어오겠다고 말하고는 매니저와 서너 명의 수행원까지 물리친 채로 새벽 3시경에 한한국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작품을 보더니 그가 감동을 받은 듯 말했다.

“아, 이 작품들을 보니 정말 좋습니다. 가슴이 설레고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여기에 한 작가님의 애국심과 국가관이 다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윽고 한한국이 <희망 대한민국>을 펼치자 그가 한참을 묵묵히 바라다보았다. 어느새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거 쓰기가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작업사진에서 본 것처럼 엎드려서 기도하며 쓰신 것 아닙니까? 이건 빨리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런 작품이 김포의 한 개인집에만 사장돼 있어서는 안 됩니다. <희망 대한민국>! 그러니까 대한민국엔 희망이 있는 거지요? 한 작가님,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사모님도 고생하셨고요.”

그러고는 돌아서서 한한국을 포옹하는 것이 아닌가. 무척이나 감동한 모양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한한국은 국민가수만이 아닌 인간적인 면과 정을 느끼게 되었다.

“자, 형님! 너무 늦었으니 돌아갑시다.”

장 박사의 채근에 설운도 씨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한국이 따라나서자 그가 사양했다.

“우린 택시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온 사람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한한국이 아내와 함께 병원까지 태워다 주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다시 병원에 도착하니 새벽 5시였다.

“한 작가님! 내가 오늘 12시에 퇴원하는데 한 이틀 쉬어야겠어요. 모레 KBS 가요무대에 나가니까, 그 사이 시간이 있어요. 집에 가셔서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여기로 오세요.”

마치 무엇엔가 홀린 것처럼 한 작가 부부는 집에 돌아와서 두어 시간 자고는 다시 순천향병원으로 향했다.

“수고들 하셨어요. 다들 들어가 쉬세요.”

다음날에도 매니저와 운전기사를 물리치고 한한국 부부의 차에 탄 그가, 대뜸 양평에 있는 그의 별장으로 가자고 했다. 그때가 8월 19일 오후 1시경이었는데 점심도 쫄쫄 굶은 터였다.

사실 그때 한 작가 부부는 그의 거침없는 행동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한 작가, 차에 생수 있어요?”

그가 목이 마른 듯 청해서 차 안에 있는 생수를 주었더니, 약봉지에서 꽤 많은 알약을 꺼내 먹는 것이었다.

“빈속에 약을 드셔서 어떡해요?”

걱정스럽게 한한국이 묻자 그가 괜찮다며 걱정 말라고 했다. 양평으로 가는 길에 그는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어, 지금 유명하신 세계평화작가님 부부를 모시고 가니 준비를 잘 해놓으라고 당부했다.

▲ 설운도 가수와 한한국 작가가 의형제를 맺고 임진각에 평화통일의 염원이 담긴 메시지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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