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땡볕이 쏟아져 내려 가만히 있어도 열기로 인해 숨이 턱 막히던 8월 1일, 민주당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천막을 쳤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무기한 장외투쟁에 돌입한 지도 한 달 보름이 가까워져온다.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냉방 시설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설치된 천막당사는 민주당이 얼마나 긴박했으면 여러 가지가 편하게 시설된 여의도 의사당을 박차고 거리로 나오게 됐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열악한 천막당사의 내외 환경은 정치흐름만큼이나 힘겨워 보인다.

천막당사에 머물면서 김한길 대표는 국정원의 반 민주주의적 행태에 대한 투쟁과 함께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단독 영수회담을 제의했다. 그 제의가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대응전략에 따라 3인 회담, 5인 회담 등 제의와 역제의가 반복되는 동안 여야는 여야대로,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셈법이 따로 있는지 정치 고지의 우위권 확보를 위한 지루한 샅바싸움으로 번져났고 아직도 해결될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향해 천막당사에서 뛰어나와 여의도로 복귀하라는 식의 백기 투항을 권고하지만 메아리가 없다. 민주당이 당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국민에게 알리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그동안 폭염을 견뎌내고서 고행의 장외활동을 결행하고 있는데, 어디 성과 없이 물러설 입장인가. 그런 와중에 새누리당의 중진인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의원이 김한길 대표를 찾아 국회정상화 방안을 주고받았다. 새누리당의 두 중진의원은 “국회는 야당이 없으면 일을 못 한다. 박 대통령께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기 때문에 잘 해결되리라고 기대한다”는 말과 함께 “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관이 정치 전면에 나서 정치가 실종되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김 대표에게 전했고, 김 대표도 여야관계의 복원을 내비쳤다.

여당과 청와대가 대화의 파트너인 제1야당을 무시하는 것은 국가발전이나 국민화합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1야당이 서울광장에서 한 달 이상 노숙 투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화정치의 끝장으로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박 대통령이 대치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귀국 후 먼저 민주당의 천막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라는 글이 공감을 얻는다. 그것이 바로 통합의 정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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