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1672억 원 추징금 징수 문제가 이제야 반환점을 돌았다. 장남 재국 씨가 대국민사과와 함께 추징금완납 이행계획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끝까지 버티다가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한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고육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를 놓고 ‘자진반납’ 운운하는 것이 우습다. 그럼에도 16년을 끌어온 추징금 문제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단 한 푼이라도 빈틈이 없이 추징금 완납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하지 못한 큰일을 박근혜정부가 해냈다. 정치사적으로, 그리고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지대하다. 분노한 여론을 생생하게 전달한 언론과 ‘전두환 추징법’을 통과시킨 국회도 큰 몫을 했다. 역사는 그렇게 조금씩 나아간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위기의 채동욱 검찰총장

장남 재국 씨가 검찰청사 현관에서 대국민사과를 할 때 문득 박근혜 대통령과 채동욱 검찰총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과거 정부는 뭘 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던 박근혜 대통령, “신발 한 짝이라도 찾아내겠다”고 했던 채동욱 검찰총장의 결기가 워낙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채 총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 주인공이다. 검찰 내에 TF를 꾸려 강력하게 추징금 환수작업에 나선 것은 일차적으로 그의 공로다. 그 결과 어둠의 한 시대를 마감하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었다. 검찰에 보내는 국민의 박수소리가 어느 때보다 따뜻해 보인다.

그런데 채동욱 검찰총장, 그가 지금 위기에 서 있다. 이른바 ‘혼외 아들’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채 총장이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을 했고,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 씨가 직접 편지까지 보내 채 총장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을 해도 여론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그만큼 스토리가 민감한 얘기일 뿐더러 채 총장의 도덕성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실여부에 따라 논란의 두 당사자인 조선일보와 채 청장 둘 중에 한 쪽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 뻔하다. 이쯤에서 대충 넘길 일이 더더욱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채동욱 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직을 흔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최근의 검찰조사에 불만을 품은 특정 세력을 의심하고 있는 듯하다. 반면에 조선일보 측은 진실을 알려야 하는 언론으로서의 당연한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끝까지 진실을 가려보자는 것이다. 검찰조직을 흔드는 불순한 음모인지, 아니면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채 청장의 위선인지의 그 무한 논란은 백해무익이다. 11살 된 채군의 인권은 무시해도 좋으며, 그 어머니의 눈물을 짓밟아도 좋은가. 그리고 모처럼만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검찰이 흔들려서도 안 된다. 이것도 보수와 진보로 갈라지고 다시 여야 정쟁으로 갈 것인가.

아주 조용하고 간명하게 빨리 마무리 하는 것이 옳다. 조선일보는 진실을 가리자고 했다. 법적 다툼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채 청장도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채군 어머니인 임 씨가 나서야 한다. 그가 언론에 보낸 편지에서도 아들이 채 총장처럼 훌륭하게 자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 존경하는 인물이 지금 코너에 몰려 있다.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던 채 총장이 직접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나서야 한다. 채 군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조용히 국내로 데려와 유전자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 그 후에 채 총장이 받으면 된다. 모양새가 좋진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진실을 감출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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