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주지 대행 진각스님 입장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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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경남 합천군 법보종찰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승려가 참회 기도를 올리고 있다.
해인사는 성추문 의혹 등 사찰 안팎으로 각종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천지일보=임혜지, 김민희 기자] 주지스님 범계(犯戒) 논란에 이어 후임 주지 선출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까지 겪고 있는 법보종찰 해인사가 후임 주지로 원타스님을 추천했던 걸 전격 철회하고 종단의 화합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해인사는 1일 주지 대행 진각스님 명의로 ‘책임 통감, 국민과 불자님들께 죄송, 해인사 위상 회복을 위해 혼신의 노력 다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해인사는 “주지 현응스님의 범계 의혹 등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과 불자님께 깊은 참회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해인사는 이번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고 다시금 청정 수행가풍을 이어가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지난 30일 원타스님의 주지 추천을 철회하는 공문을 총무원에 전달하였고, 이후 총림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총무원과 소통하며 진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해인사는 현응스님이 비구니스님과 숙박업소를 드나든 사진이 공개되는 등 범계 의혹이 확인되자 임회(林會)에서 현응스님을 절에서 내보내는 산문출송(山門黜送)을 결정하고 후임 주지로 원타스님을 추대한 바 있다. 

하지만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원타스님은 현응스님과 같은 계파”라는 취지로 반대하고 나섰다.

급기야 이를 두고 해인사와 비대위간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 부상자까지 나왔다. 

조계종 총무원은 호법부를 통한 정확한 진상 조사에 나섰으나, 이후에도 해인사 고위 승려 원정골프, 거액 윷놀이판 의혹에 이어 후임 주지 선출을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지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해인사 측은 총무원이 현응스님 사직서 수리를 보류하고 후임 주지 임명에 나서지 않자, 지난 26일 ‘현응스님 사직과 후임 주지 임명 문제를 분리해서 처리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해 후임 주지 임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종단 안팎에서는 해인사 차기 주지 임명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해인사와 총무원간 ‘힘겨루기’라고 보는 시각이 컸다. 

현응스님 범계 행위가 해인사 전 주지 선각스님 계파인 ‘해인사 비대위’에 의해 폭로된 것은 조계종 총무원 실세로 여겨지는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선각스님과 함께 해인사를 장악하기 위해 동원된 수단이라는 풍문도 흘렀다.

불교계 시민단체인 정의평화불교연대(정평불, 상임대표 최원녕)도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세간에서는 비대위의 배후로 자승 전 원장이 관련돼 있기에 비대위의 연이은 폭로 또한 순수하게 쇄신과 정화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해인사를 손에 넣기 위한 술책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지적했다.

또 “혼인증명서까지 발급되어 있는 승려, 성매매 혐의로 사회법의 법정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승려, 10년 이상 사실혼관계인 승려, 법정에서 쌍둥이 아빠로 드러난 승려 등 큰 죄를 범하였어도 자승 전 원장 체제에서는 자기 편이면 소임을 주고, 비난하면 내친 당동벌이(黨同伐異)가 만연했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불교계 관계자 역시 지난 30일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비대위가) 자승스님 편을 밀어주려고 현응스님 쪽 사람들의 문제만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응스님의 범계(犯戒) 행위는 나쁘다”면서도 “그 문제(성추문) 하나로 (현응스님)을 주지직에서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승스님은 수십배 나쁜 사람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해인사 측이 원타스님 추천을 철회함으로 후임 주지 선출을 둘러싸고 겉으로 보여지는 논란은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진각스님은 “참회가 우선이지 주지선출이 우선이 아니다”라며 “해인총림은 이러한 근신과 참회 후 총림대중의 의견과 종단의 협조하에 여법하게 후임주지를 선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임주지 선출을 둘러싼 근거 없는 기사와 보도로 종단과 해인사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해인사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하여 중앙징계위의 결정과 호법부의 조사에 따를 것”이라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과 불자님들 앞에 깊이 참회드리며 서릿발 같은 해인사 역대 조사님들의 가르침에 부응하는 해인총림의 위상을 되찾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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