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의혹받는 승려 조사 착수
“종헌종법 따라 엄중 조치 할 것”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새해가 밝은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국내 불교계를 대표하는 종단인 조계종이 시끄럽다. 주지스님 성추문 의혹으로 촉발된 경남 합천 해인사 내 갈등이 승려 간 몸싸움으로 번지며 논란이 커진 탓.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해인사 고위 승려 일부가 태국서 원정 골프를 즐긴 사실도 드러나 파장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20일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 해인총림 해인사는 ‘성추문 의혹’을 받는 현응스님과 관련한 논란들에 대해 참회문을 공개했다. 

해인사는 이 글에서 “해인총림과 불교계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키는 일이 발생했다”며 “해인총림 사부대중은 모든 종도와 국민 앞에 진심으로 두 손 모아 합장하며 참회문을 올린다”고 전했다. 

이어 “청정한 수행 가풍을 진작시키고 실추된 승풍 회복을 위해 동안거 해제일까지 대적광전과 각 수행처에서 참회 기도를 통해 여리박빙(如履薄氷,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자세로 수행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진흙 속에 연꽃을 피우듯이 자정(自淨)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갈 것”이라며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 수행자의 본분을 지켜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참회문에 따르면 현응스님은 지난 12일자로 자진사퇴했으며, 총림 최결 의결기구 임회는 지난 16일 일벌백계의 본으로 현응스님에게 총림의 최고 징계인 산문출송(山門黜送)을 결의했다.

산문출송은 승려가 큰 죄를 지었을 경우 절에서 내쫓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해인사 소속 고위 승려 일부가 수행기간 중 태국으로 가서 원정 골프를 즐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인사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JTBC는 지난해 12월 해인사 승려 2명이 태국 치앙마이로 원정골프를 치러간 사실을 보도했다. 이 중 한 명은 주지를 지낸 인물이고 다른 한 명은 해인사의 최고지도자인 방장의 수행 비서로 알려졌다. 승려들은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바깥출입을 삼가고 수행에 힘쓰는 ‘동안거’를 지내야 하지만 이런 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들 승려는 2년 전 여름 수행 기간에도 골프를 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네티즌들은 “호국불교 요람이던 해인사가 이제는 폭력요람, 유흥요람이 돼버린 듯” “목탁을 치랬더니 골프를 치네” “골프채 들고 있는 승려 모습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승복 벗어라” “이쯤되면 종교가 무슨 의미가 있나” 등 불교계 현실에 망연자실한 반응을 쏟아냈다.  

조계종은 현응스님을 비롯해 원정 골프 의혹을 받는 스님들에 대해 조사를 천명했다. 특히 현응스님은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대변인 성화스님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해인사 현 주지스님이 지난 1월 12일 자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호법부의 등원 통지 및 조사 상황에 따라 사직 처리는 보류했다”며 “호법부 조사와 별도로 중앙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와 징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조사 과정을 통해 범계 사항이 확인되면 종단 내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조계종 호법부는 골프 의혹을 받는 스님 3명에게 사건조사를 위한 등원 공고를 보냈다.

특히 조계종은 “인사권자인 총무원장 스님께서는 이런 절차 이후 종헌 종법에 의거해 (해인사) 후임 주지와 관련한 사항을 진행하실 것”이라며 “부처님 가르침과 종헌 종법에 입각한 엄중한 조사 및 후속 조치를 통해 해인사가 속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조계종의 이러한 입장은 해인사가 주지 스님의 성추문 의혹이 인 상황에서 세부 내용 파악과 관련 징계 절차 등 종법 체계에 따른 후속 조치 없이, 내부 구성원끼리 차기 주지 자리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등 혼란을 가중시킨 것에 대한 종단의 엄정한 조치를 약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100일을 막 넘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그간 종단 안정과 화합 메시지를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 해인사 사태 파장은 조계종에게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불교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는 엄정한 종법 적용에 따른 후속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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