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응스님 성추문 논란 이어
명절에 스님들 판돈 건 윷놀이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경남 합천 해인사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응 주지스님의 ‘성추문’, 동안거(冬安居) 기간 중 고위직 승려들의 원정 골프에 이어 스님들이 설 연휴 기간 거액의 윷놀이판을 벌였다는 폭로가 새롭게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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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해인사 (출처: 연합뉴스)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25일 “해인사 스님 30여명이 거액을 걸고 윷판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비대위는 “선원에서 A스님의 주도 하에 어른 스님들이 각 100만원씩 각출해 음력 섣달 그믐날(양력 1월 21일)에 1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걸고 윷놀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A스님을 산문출송(山門黜送, 살인이나 음행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승려를 절에서 쫓아냄)하고 호법부는 책임자를 즉시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또 “대중의 자숙을 감독해야 하는 방장스님이 앞장서서 사행심을 조장했다”며 방장스님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해인사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연말연시를 맞이해 전통 윷놀이를 했다”며 “금액은 찬조 수준이었는데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참회문도 냈고 반성하고 있는데 노름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동안거) 결재 기간이니 수행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추문에 원정 골프 논란… 해인사 ‘시끌’

최근 해인사는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먼저 현응 주지스님의 성추문이 폭로됐다. 현응스님은 지난해 12월 모 비구니 스님과 승복을 벗고 사복 차림으로 숙박업소에서 만났다는 성추문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불교계에 따르면 현응스님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미투’ 폭로한 여성 B씨는 현응스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넘겨진 재판의 결심공판에서 이 장면이 담긴 사진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현응스님은 성추문 의혹 직후 아무런 해명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잠적했다. 현재 현응스님은 해인사로부터 산문출송을 당한 상태다. 조계종 호법원이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해인사 전 주지스님과 방장 수행비서 스님이 지난해 12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골프 치는 걸 본 사실도 폭로됐다. 특히 12월은 스님들이 외출을 삼가고 수행에 전념하는 동안거 기간이란 점에서 불교계 안팎에서 지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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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 (출처: 연합뉴스)

◆“해인사 사태, 승려 중심 권력 구조 원인”

‘조계종단 개혁’을 외쳐온 허정스님은 자신의 블로그에 “해인사 주지 성추문 사건에 대한 국민의 충격은 꽤 오래갈 것 같다”며 “현응스님은 94년 종단 개혁의 핵심인물로 조계종 교육원장으로서 10년간 출가자를 지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른불교재가모임 백도영 불사추진위원장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해인사 사태에 대해 “불교의 근본 구성원인 신도의 역할을 거세하고 승려 중심의 권력 구조를 만든 조계종의 가장 큰 폐단에서 생겨난 문제”라고 진단했다. 

백 위원장은 “현재 조계종 승려 사회는 스스로 혁신이나 개혁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전무하고 돈과 권력을 가진 승려들의 전횡이 비일비재한 상태”라며 “해인사 사태는 어느 절이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봤다.

해인사는 지난 19일 참회문을 발표했다. 해인사는 “실추된 승풍 회복을 위해 동안거 해제일까지 참회 기도를 통해 여리박빙(如履薄氷, 살얼음판을 걸음)의 자세로 수행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인사 #주지 #성추문 #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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