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한국 산업 근대화의 주역’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방증하듯 현대경제사와 궤를 같이한 한국의 대표 기업가다. 아산이 일군 현대그룹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유통, 자재, 금융 등 주요 산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들로 성장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한국 사회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90년대 정몽헌 당시 현대전자 대표이사가 직접 스카우트해 현대전자에도 몸 담았던 박광수 칼럼니스트가 올해 75주년을 맞은 현대그룹을 파헤쳐본다.

image
ⓒ천지일보 2022.12.02

 

<30>정지선의 현대백화점그룹 경영

정몽근의 장남 정지선 현대百 승계

35세에 현대白그룹 총괄회장 취임

화끈하고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

 

내부거래 의존도 커 성장 한계 직면

경영구조 탈피코자 사업다각화 추진

야심작 ‘더현대 서울’ 여의도에 개점

image
더현대 서울. (제공: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1971년 아산 정주영 회장의 3남인 정몽근 회장이 1971년 6월 15일 금강개발산업을 설립하면서 출발점이 된 기업으로 현재 그룹 회장은 장남인 정지선 회장이다. 정몽근 회장은 기업의 최고 경영자이고 ‘과감하고 열정적인 도전의 역사’를 표방하고 있다.

그는 여러 차례 경영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선친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 DNA 유전자를 물려받은 정몽근 회장은 도전하는 자세로 경영 위기를 역지사지로 해석하고, 이런 상황을 오히려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 더욱더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위기를 벗어난 현대백화점그룹은 ‘고객을 행복하게, 세상을 풍요롭게’라는 경영이념을 근간으로 종합식품, 패션과 리빙, 뷰티 등으로 본격적인 사업다각화 전략을 추진했다. 이와 동시에 아울렛과 면세점사업도 진출하면서 주력사업인 백화점 유통 부문을 강화하고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저력과 자부심을 배경으로 ‘고객의 생활에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면서 그룹의 성장을 추진했다.

또한 성장을 통해 향후 100년 이상 고객의 사랑을 받는 백화점그룹으로 거듭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image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제공: 현대백화점그룹)

◆고부가가치 유통업으로 포트폴리오 확대

정몽근 명예회장과 우경숙씨의 장남인 정지선 회장은 1972년생으로 경복고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 유학 가서 Special Student 과정을 수료한 영재로, 병역도 현역인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다. 또 그는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착실하게 받았다. 이후 2001년 기획실장 이사, 2002년 1월 기획관리 담당 부사장을 역임하고, 2003년 1월 현대백화점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또한 정지선 회장은 2007년 12월 부친으로부터 경영권 승계를 받아 35세의 나이로 현대백화점그룹 총괄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대한민국 최연소 그룹 회장으로 주목받았다.

정지선 회장은 취임 후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위주의 그룹 구조상 치열한 유통그룹(신세계그룹, 롯데그룹 등)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꼈다. 주원인은 범현대가로서 그룹사의 내부거래에 의존한 매출이 크다는 점이었다. 이를 인식한 정지선 회장은 이러한 경영구조를 탈피하고자 사업의 다각화를 선언했다.

따라서 패션 부문 사업에서는 한섬을 통해 화장품 사업 진출 및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인수했고, 가구 부문에서는 현대리바트를, 건축자재사업에서는 한화 L&C를 인수했다.

또한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해 가전제품 렌탈사업으로 진입했고, 현대면세백화점을 설립해 공항면세점사업으로 진출했다. 라이벌그룹사인 롯데쇼핑이 오프라인 점포 숫자를 줄여 나가는 사업전략과 반대로 2021년 그룹 최대의 야심작인 ‘더현대 서울’을 여의도 중심가에 오픈했다.

정지선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불확실한 백화점 사업을 뛰어넘어 제조업과 고부가가치 유통업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정지선 회장의 성격은 화끈하다고 전해지며 직원들과 격의 없이 시간과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소통하면서 인간적인 따뜻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오너로 평가된다. 

특히 정지선 회장의 야심작인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이라는 구태의연한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콘셉트의 백화점이다.

자연 친화적 미래형 백화점인 ‘더현대 서울’은 2021년 2월 26일 오픈한 대한민국 최대의 유통 백화점매장으로 위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다. ‘더현대 서울’은 지하 7층, 지상 8층 규모의 백화점으로 영업 면적만 8만 9100㎡이다. 

‘더현대 서울’의 탄생은 정지선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서 이룬 성과로 작은 아버지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삼성동 한전 부지 입찰에 참여해 삼성그룹을 이기고 입찰에 성공한 사례와 동급으로 비교되기도 한다. 정지선 회장은 서울 여의도 파크원이 조성될 때 백화점 건물입찰에 공격적으로 참여해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입찰을 성공시켰다.

image
더현대 서울 내부. (제공: 현대백화점그룹)

◆더현대 서울,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 오픈

당시 현대백화점그룹 내부에서는 업무지구라는 여의도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고객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핵심 참모 임원들이 강력하게 정지선 회장에게 건의했다.

핵심 임원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지선 회장은 “여의도점을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플래그십 스토아(대표매장)로 개발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본인의 확고한 뚝심으로 강력하게 추진해 성공했다.

그리고 현대백화점그룹은 건축할 당시 설계를 하면서 ‘더현대 서울’ 매장의 천장을 유리로 만들어 자연채광을 고객들이 느끼도록 했다. 또 고객 휴식 공간을 매장 공간보다 더 많이 설치해 고객들이 언제든지 쉬면서 쇼핑을 하도록 한 독특한 매장으로 알려지면서 주변 여의도 영등포지역 고객뿐만이 아니라 서울 강남·강북지역 부유층 고객들이 소문을 듣고 자연스럽게 매장을 찾게 했다. 

즉 백화점 업계의 고정관념을 철저하게 무너뜨리는 전략으로 ‘더현대 서울’을 설계했다.

정지선 회장은 앞서 언급한 대로 매장 명칭도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이라고 하지 않고 ‘더현대 서울’로 지었으며, 이 시도는 국내 유통업체에서는 최초다.

‘더현대 서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개장한 첫 주말에 100만명의 고객이 다녀갔으며, 2021년 2월 28일에는 매장 매출이 102억의 성과를 내면서 현대백화점그룹 창립 이후 단일 매장의 하루 매출액의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더현대 서울’은 개장 5년 4개월 만에 총매출 1조원을 달성한 현대백화점 판교점보다도 훨씬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좀 더 상세하게 표현하면 서울 여의도는 63빌딩도 있고, 주변 아파트 ‘재건축 붐’이 일면서 거주인구도 자연스레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또 1일 유동 인구가 약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고, 반경 3㎞ 이내에 144만명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더현대 서울’ 매장이 그룹의 각종 기록을 세운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넘어설 수 있다고 판단되며, 보수적으로 잡아도 개점 5년 차에는 연간 매출액이 1조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image
2020년 1월 2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앞줄 가운데)과 임직원들이 연탄 배달 봉사활동과 시무식을 진행한 가운데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공: 현대백화점그룹)

또한 정지선 회장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현대백화점그룹의 미래는 디지털 전환이 잘 이루어져야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업종과 형태별 경계가 애매모호해지는 ‘Big Blur 현상’이 발생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맞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가면서 내외부 업체 협력을 통해 가치의 합을 키우라고 주문했다.

이에 맞춰 정지선 회장이 추구하는 ‘더현대 서울’은 디지털 전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6층 매장에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를 오픈했다. 언커먼스토어는 현대백화점그룹의 IT 전문회사인 현대 IT&E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협업해 개발한 무인매장이다. 이 매장은 고객이 QR코드를 인식해 매장에 입장한 후 상품을 구매해 들고 나가면 사전에 등록한 QR코드 결제 수단으로 3분 이내로 자동결제를 하는 첨단 시스템 영업방식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크게 향상했다. 

언커먼스토어는 2022년 3월 방문고객 10만명을 돌파했으며, 방문고객들 가운데 약 85%가 30대 이하여서 요즘 주목받는 MZ세대가 주된 고객층으로 장기적으로 판단해도 미래 현대백화점그룹은 더욱더 일취월장할 것으로 본다.

끝으로 ‘더현대 서울’의 매출액은 2021년 8005억, 2022년 9200억, 2023년 1조억 돌파가 예상돼 현대백화점그룹의 주력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정리=유영선 기자)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