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국정조사는 국회에서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국정의 특정사안에 관하여 조사를 시행하는 제도이다. 본회의 의결을 거치면 국정조사권이 발동된다. 그러면 국회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하여 교섭단체 비율에 따라 국정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

조사위의 활동결과는 국정조사보고서 형태로 작성돼 본회의에 제출되고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국정조사의 결과를 처리한다. 조사결과 정부 또는 해당기관의 시정(관계자의 문책 등을 포함)을 필요로 하는 사항이 있을 때에는 국회는 그 시정을 요구하고, 정부 또는 해당기관에서 처리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은 정부 또는 해당기관에 이송한다.

국정조사는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국정의 특별한 분야에 한하여 개별적으로 해당 상임위원회나 특별조사만이 가능하고, 국정 전반에 관한 일반 조사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상과 같이 국정조사는 이름 그대로 조사활동이며 법적인 구속력이 강하지 않다. 국회의원들의 국정활동의 일부이며 국민에게 국정의 잘잘못을 알리고 가려주는 역할일 뿐이다. 국정조사요구는 대체로 야당이 발의하며 여당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이유를 이번 ‘국정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야당은 전 국정원장과 전 서울경찰청장을 증인으로 불러서 대선 당시의 정황논리로 선거개입을 주장하고 입증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을 본다.

야당은 국정원장의 지시에 의한 선거개입사건으로 보고 여당은 민주당캠프에 활동한 전직 국정원 간부의 매관매직 사건으로 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증인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자당에게 유리한 답변을 끌어오기 위해서 중인을 압박하고자 하나 증인들의 답변은 담담하고 당당하기까지 하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고 야당이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할 만한 결정적 증거가 없으니 이번 야당의 국정조사요구는 무위로 끝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번 청문회를 공중파로 중계방송 하자고 야당과 야당지지자들이 주장을 했지만 안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여야의 정쟁을 피곤하게 봐야 했다면 전파낭비이고 정치 불신의 도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본다.

국정조사는 필요하기도 하지만 필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작용도 있지만 정쟁을 보아야 하는 피로감도 있다. 의원들의 한심한 추태도 보아야 하고 피곤한 정치쇼도 봐야 한다. 국회방송에서 생중계로 했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보았을 것이다. 한마디도 지지 않으려고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고 짜증날 정도로 상대방을 향한 비아냥도 도를 넘었다.

증인으로 참석한 사람들의 주장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야당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제외한 모든 경찰 측 증인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외압성 전화를 받았다는 권은희의 주장과 외압전화가 아니었다는 김용판의 증언도 엇갈리고 국정원 여직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선거에 개입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야당은 정황증거와 경찰청 CCTV를 재생하여 청문회에서 경찰청 분석관들의 대화록을 녹취공개하고 필요한 부분만 따서 마치 경찰이 자료폐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여당 측의 자료를 보면 야당 측의 주장과는 다르게 보이는 부분들이 나타나면서 야당의 조작의혹까지 불거졌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자료조작까지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밤늦게 참고인으로 나온 인터넷 전문가는 북한의 선거개입과 북한찬양의 인터넷 활동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서 우리 정부의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국정원의 심리전단 요원 70명이 북한의 활동을 감시하고 북에는 인터넷 전문가 1500여 명이 대한민국의 인터넷상에서 반국가활동을 하고 이것을 퍼 나르는 종북주의자들이 있다고 한다.

국정조사에서 밝혀질 만한 사안은 없어 보인다. 진실과 허위가 혼재되어 있는 국정조사에서 무엇을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실은 검찰수사에서 밝히는 것이 명확할 것으로 본다. 검찰의 발표를 못 믿을 정도라면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국민들은 공권력의 결과발표만을 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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