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된장국을 잘 끓이는 솜씨는 바로 이 무꾸리에서 연유했는데, 그 바람에 어렸을 때 한국은 사시사철 된장국을 주식처럼 먹어야 했다.

이런 형편이었으니 옷은 더욱 얻어 입기 힘들었다. 그래서 내복도 항상 밑으로 물려 입었는데 막내였던 한국의 차지가 될 때쯤이면 다 해어지고 구멍이 뚫려 창피를 당하기가 일쑤였다.

이처럼 배고픈 설움에 입성도 제대로 못 얻어 입었으니, 오늘날 그가 양복을 안 입고 한복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는 건 아마도 어린 시절에 새 한복을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설움 탓인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한국은 이름과 붓글씨 때문에 고통을 당해야 했다. 한국이 또래의 다른 집 애들은 동네 큰 마당에 모여 말타기 놀이나 자치기를 하면서 놀았다. 학교가 파하여 집에 돌아오면 동무들이 집 앞에 와서 불렀다.

한국아, 놀자!”

안 돼! 난 붓글씨 써야 해!”

한국은 친구들과 마음 편히 놀아보지도 못하고 자나 깨나 서당에 다니며 한학공부를 해야 했다. 그 시절에는 다른 애들처럼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동네에서 2쯤 떨어진 화순 이양중학교에 들어갔을 때에도 한한국은 또 이름 때문에 수난을 당해야 했다.

초등학교 때 반장 해본 사람 나와 봐!”

그러자 한국을 비롯한 네 명이 나왔다. 담임선생님이 이름을 물어보다가 한국이 이름을 말하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다시 물었다.

? 한국이 이름이야?”

, 본명입니다.”

그래? 그럼 네가 반장 해! 우리나라 대한민국 이름이니까 이름값을 하겠지.”

이름 때문에 한국은 또 어이없이 반장이 됐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

반장, 나와 봐!”

영문도 모르고 한국이 교탁 앞으로 나갔더니 담임선생님이 불문곡직하고 마대자루를 들어 사정없이 엉덩이를 후려쳤다. 한 대, 두 대, 세 대……. 아마도 30, 40대는 맞은 것 같았다. 한국이 거의 초주검이 되었는데도 담임선생님은 매를 멈추지 않았다.

으윽! 선생님, 왜 때리시는지 이유라도…….”

하도 아파서 한국은 말끝도 제대로 못 맺었다.

이유는 알 필요 없다!”

얼마나 맞았는지 나중에 눈을 떠보니 양호실이었다. 친구의 부축으로 집에 돌아온 한국은 며칠 동안은 학교에도 못 나갔다.

엄니! 저 학교 안 갈래요.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 줘요.”

정말이지 그런 담임선생님은 보고 싶지 않아서 어머니에게 졸랐지만 허락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항의하자 그 이유가 밝혀졌다.

선생님, 우리 한국이를 잡을 참이었어라우? 아주 몸져누웠어라잉!”

죄송합니다. 담임인 제가 한국이가 미워서 그랬겠습니까? 한국이란 이름값을 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붓글씨도 잘 쓰고 공부도 잘하고 육상선수로 운동도 잘하고 해서 기대치가 컸는데, 이번 시험 성적이 너무나 떨어졌어요. 그래서 매를 든 게 그만 아이한테 큰 상처가 됐네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어머니는 오히려 아들을 알아준 고마움에 학교 앞 상점에 가서 담배를 한 보루 사들고 다시 찾아갔다고 한다.

한한국이은집 공저

▲ 한반도평화지도 ‘우리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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