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그는 이미 여러 학교에 합격하고도 모두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다. 먼저 학교장의 추천으로 광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합격하였으나 당시 등록금은 그의 집안형편으로서는 거금이었다. 다음은 광주에 있는 광주상고에 합격하였다. 졸업만 하면 은행에 취직된다고 해서 기뻐했는데 역시 장학생이 안 되니 갈 수가 없었다. 합격을 하고도 고교 진학은 모조리 접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 나는 이대로 배움을 포기해야 하나!’

그는 밤이면 이불 속에 누워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고민했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때 서울에서 새한미디어라는 테이프를 만드는 공장에 다니던 셋째누나가 일을 하면서 야간 산업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래, 서울에 가면 된다! 누나처럼 낮에는 일하고 밤에 야간학교를 다니는 거야!’

희망에 부풀어 서울행을 결심한 그에게 누군가 또 다른 좋은 방안을 알려주었다. 고등학교에 안 다니고도 독학을 하여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하면 대학에 갈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이었다.

뭐라고? 그거야말로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제도잖아!’

그런데 동네의 선배 한 명이 그에게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 한국아! 너 검정고시는 어떤 애들이 하는지 알아? 중학교에서 문제아로 잘렸거나 사회에서 나쁜 짓을 한 전과자들을 위한 시험제도야.”

그런 소리를 듣는 순간 한국은 너무나 화가 났지만 꾹 참고 대입검정고시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이런 제도야말로 그처럼 가난하고 배움에 굶주린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가 아닌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골집보다는 서울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서울 철산동의 다 낡은 아파트방 하나를 얻어 자취를 하던 누나를 찾아갔다. 그리고 처음으로 영등포시장 연흥극장 근처에 있는 한림학원이란 곳에서 검정고시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아버지뻘 되는 아저씨도 공부를 하고 계셨다.

어린 학생이 고향 떠나 공부하는 모습이 장하구나.”

아저씨가 한국이 측은했는지 가끔씩 만두도 사주시고 친절히 대해 주셔서 조금이나마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누나 역시 일하며 야간학교를 다니는 형편이라 그의 학비를 대어주지 못해 얼마 안 가 학원을 그만둬야 했다. 할 수 없이 한국은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구로동 구로고등학교 옆에 있는 구로도서관에 가서 문을 닫을 때까지 공부를 했다. 한국은 구로고등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거나,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모습을 학교 담장너머로 건너다보면서 너무도 부러워 눈물을 쏟기도 했다. 흔히 사람들이 한이 맺힌다고 하는데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래! 난 비록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지는 못하지만 대신에 더 열심히 공부해서 더 먼저 대학에 합격할 거야!”

그런 굳은 결심으로 열심히 한 덕분인지 한한국은 최연소로 당당히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하지만 대학에 가려면 다시 학력고사를 치러야 하는데 문제는 영어와 수학이 너무나 딸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취업부터 해서 대입학원에 갈 돈을 마련해야 했다.

한한국·이은집 공저

▲ ●작품명: 꿈 ●제작년도: 2013년 ●작품크기: 높이 40㎝ x 둘레 1m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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