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잃고 정신적 충격… 상담받을 곳 없어

▲ 27일 오후 조병세 씨가 18년 전 잃어버린 딸 하늘이 사진을 들고 있다. 조 씨는 하늘이 사진을 늘 가방에 가지고 다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아이를 잃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18년 전 하늘(실종당시 만4세)이는 엄마가 만들어 준 새우볶음을 한 움큼 손에 쥐고 집 밖으로 나갔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시장골목으로 들어갔다는 상인의 말이 하늘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하늘이 아버지인 조병세 씨는 “전국 곳곳으로 전단지를 돌리며 아이를 찾아다녔지만, 어디에도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며 “하늘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당시 조 씨는 하늘이를 찾기 위해 수중에 있는 돈을 다 사용해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은 가족들을 챙겨야 하기에 지금은 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 정도’다.

14년 전 딸 지현(실종당시 9세)이를 잃어버린 윤봉원(52) 씨는 당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국으로 아이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지현이의 소식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아이를 찾기 위해 그간 모아놓은 돈을 계속 사용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다니던 직장에 재취업해 현재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동안 윤 씨는 아이를 잃어버려 생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심리 상담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실종아동을 둔 가족을 상담해 주는 전문적인 상담사가 없고, 특히 주말에는 더욱더 찾을 수 없어 상담을 받지 못했다.

조병세 씨도 “상담사들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을 알지 못하므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한다”며 “전문적인 상담사 수가 늘어나고, 상담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종아동을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상담치료가 원활히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이지만, 실종아동 전문기관이 서울에 단 한 곳 밖에 없어 부모들의 상담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실종아동 발생건수는 2010년 1만 872명, 2011년 1만 1425명, 2012년 1만 655명으로 매년 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 등록된 장기아동실종자는 200명이 넘는다. 그간 미아방지시스템이 많이 발달해 왔으나 장기실종된 아이들은 여전히 가정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 부모들은 애타는 심정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 실종아동을 둔 부모는 심리 상담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어린이재단 실종아동 전문기관이 장기실종아동 부모 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심리적 지원을 위한 집단 상담에 대해 46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우울증’ ‘희망을 갖고 싶어서’ ‘정신적 문제’ 등이 이유로 꼽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실종아동전문 치료상담사’가 전국적으로 배치돼 원활한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실종아동전문 치료상담사가 없다”며 “실종아동전문기관이 있기는 하지만 기관의 자체적인프로그램만 운영될 뿐, 현장에서 상담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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