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스님, 범어사 강연서 韓불교계 당부

▲ 방한 중인 틱낫한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계적 평화운동가이자 명상지도자인 틱낫한스님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과 진정성 있는 자애의 마음을 일깨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10일 범어사 대웅전 앞 특별법석에서 열린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한반도 평화대회 초청법회’에서 틱낫한스님은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스님은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남과 북이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평화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의 강연을 듣기 위해 1만여 명의 불자와 시민이 몰려들었다.

틱낫한스님은 “평화를 기원하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문제들을 풀어갈 수 없다”며 “우리 내면의 자애로움부터 일깨워야 한다”고 불교계에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안거를 제안했다. 안거는 출가한 승려가 일정한 기간 외출하지 않고 한곳에 머무르면서 수행하는 제도다.

“불교지도자뿐 아니라 지혜로운 재가자들도 함께 모여 한 달간 수행한다면 한반도의 평화를 얻을 지혜를 터득하게 될 것이다. 불자들이 정치인에게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수행으로 마음 속의 화, 의심, 두려움을 넘어 평화를 통찰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해법으로 제시한 틱낫한스님의 이 같은 주문은 남북한 모두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평화의 길을 불교계가 제시하고 실천해 가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스님은 북한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고 적대적 언어를 쓰는 것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공포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남한 정부나 국민이 똑같은 행동을 취하기보다 관세음보살처럼 자애로운 마음으로 우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 해야 한다”며 “남한부터 내면의 고통을 벗어나 자애의 마음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틱낫한스님은 강연 중간마다 자신 안의 분노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우리 안의 화,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가라앉힐지 모른다면 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며 “부처님의 가르침은 단순하니 깊이 묵상하다 보면 우리 마음과 가정, 나라에 평화를 가져온다.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평화의 법을 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화나 분노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대의 고통이나 아픔을 자비한 마음으로 따뜻하게 (상대의 말을) 들어주면 모두 녹아 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1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스님은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있는 부처(생불)로 인정받는 불교계의 영적지도자이며 스승이다. 그는 베트남전쟁 당시 반전 평화운동을 펼쳐 1967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그러나 불교평화 활동으로 베트남 정부에 의해 귀국 금지 조치를 당한 스님은 1973년 프랑스로 망명하게 된다. 스님은 명상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세우며 명상지도자, 평화운동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스님은 이달 초 방한 기자회견에서 화를 다스려 상대와 화해를 이루길 당부했다. 그는 불교 안에는 치유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인 수행방법이 있고 이를 통해 세상과 사회를 평화롭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법회에 앞서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세계적인 명상지도자 틱낫한스님은 자비를 실천하는 참여불교의 주창자이며 베트남 전쟁 당시에도 전쟁을 반대하고 난민들을 도왔던 분”이라며 “스님을 통해 이 시대 한반도의 평화를 함께 모색하고 진정한 행복을 만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틱낫한스님은 1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멈춤 그리고 치유’라는 주제로 대중강연을 연다. 이날 통역에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로 알려진 혜민스님이 맡는다. 14일에는 조계종 국제선센터에서 플럼 빌리지의 젊은 법사단이 직접 지도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인 ‘WAKE UP’를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진행, 다음날인 15일 한국을 떠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