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화 다스려야 진정한 화해 이룬다”

▲ 10년 만에 방한한 틱낫한스님이 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계적 명상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 틱낫한스님이 1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스님은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있는 부처(생불)로 인정받는 불교계의 영적지도자이며 스승이다.

1일 방한한 틱낫한스님은 서울, 강원, 부산 등 전국을 15일까지 돌아다니며 ‘힐링, 상생, 행복’을 주제로 집중 명상수행과 대중강연을 진행한다. 스님의 이번 방한은 BTN 불교TV와 조계종 총무원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틱낫한스님은 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방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공식일정에 들어갔다. 이날 스님은 불교식 ‘마음챙김’ 수행을 통해 자신을 치유함으로써 내재된 화와 두려움을 해소하고 이해와 연민, 화해함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40년 동안 서양에서 마음챙김 수행을 가르쳐 온 스님은 수많은 사람과 대화하면서 자신뿐 아니라 사회와 가족 안에서 화해의 마음을 불러일으켜 변화하는 기적을 체험했다고 설명했다.

틱낫한스님은 “불교 안에는 치유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인 수행방법이 있고 이를 통해 세상과 사회를 평화롭게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도 “불교계도 시대적인 변화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틱낫한스님은 남북 경색국면이 장기화되며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화를 다스려야 진정한 화해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님은 “상대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선 행해야 하는 것은 자신 안에 있는 화와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정부 당국자와 국민 등 대한민국 구성원이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북에) 제안해야 한다”면서 한반도 평화에 관한 소견을 제시했다. 덧붙여 전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남한 정부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방방곡곡 돌며 ‘평화·힐링·행복’ 전한다
틱낫한스님은 3∼7일 강원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서 4박 5일 일정으로 법문과 함께 플럼 빌리지의 대표적인 5가지 마음챙김 수행 프로그램을 지도한다. 이어 8~9일 경기 김포시 중앙승가대에서 ‘승가를 위한 1박 2일 명상 프로그램’, 12일 서울 동국대실내체육관에서 플럼 빌리지의 대표적인 수행 프로그램인 ‘마음챙김 수행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

틱낫한스님 방한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10일 부산 범어사에서 ‘평화는 가능하다’를, 1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멈춤 그리고 치유’라는 주제로 열리는 대중강연이다. 이날 통역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스님이 맡는다. 14일에는 조계종 국제선센터에서 플럼 빌리지의 젊은 법사단이 직접 지도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인 ‘WAKE UP’도 열린다.

스님의 명상수행과 대중강연은 대부분 유료이며, 사전에 홈페이지(www.tnhkorea2013.org)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 부산 범어사 대중강연은 무료로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평화운동가·명상가 틱낫한스님은 누구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스님은 시인이며,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명상가요 평화운동가다. 스님은 명상공동체 ‘플럼 빌리지’ 리더자로도 유명하다. 스님의 방문은 지난 1995년과 2003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틱낫한은 한자 법명인 석일행(釋一行)의 베트남어 발음이다.

틱낫한스님은 1926년 베트남 중부의 행정관료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느 날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보게 된 스님은 사진 속 평화로운 스님의 모습에 마음의 평안을 얻어 16세 때인 1942년 출가한다. 스님은 24세 베트남 최대의 불교연구센터인 ‘인꽝’ 불교연구원을 설립하고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했다.

스님은 베트남전쟁 당시 반전 평화운동을 펼쳐 1967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그러나 불교평화 활동으로 베트남 정부에 의해 귀국 금지 조치를 당한 스님은 1973년 프랑스로 망명하게 된다.

평화운동가로 알려진 스님은 1976~77년 해상난민 구제활동을 펼친다. 이후 1982년 프랑스 보르도 근교에 명상공동체인 ‘플럼 빌리지’를 창립해 세계 각국의 비구(남승)·비구니(여승)들과 평화 및 참여불교 운동을 전개하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명상가로 각인되며 불교계의 정신적인 스승이 된다.

1990년에는 미국 버몬트주에 승원(僧院) ‘단풍림’, 수행원 ‘그린 마운틴’ 등을 설립한다. 이어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강연 및 저술 활동을 펴고 있다.

한편 틱낫한스님의 저서로는 <오늘도 두려움 없이> <중도란 무엇인가> <틱낫한 명상> 등이 있으며, 스님의 방한을 앞두고 수많은 책이 번역·출간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