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남양유업 제품이 평소보다 적게 판매된 상태로 남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저기 보세요, 아침 출근시간에 다른 건 많이 팔렸는데 남양 것만 그대로 남았어요.”

8일 서울 시내 번화가에 위치한 GS25 편의점에 들어가 ‘남양유업 불매운동’에 대해 물어보자 점원이 냉장 진열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주변의 세븐일레븐 매장에 들러 판매 상황을 물어보자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그저께 들여온 남양우유인데 거의 그대로 있네요. 손님들을 보면 옆에서 친구가 남양우유 사려고 하니까 진짜 말리더라고요.”

편의점 점원은 “대신 매일유업이랑 동원 우유가 좀 더 나갔어요. 판매량이 계속 줄면 남양우유 발주량을 줄이게 되겠죠”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남양유업에 ‘회초리’를 들었다. 지난주 인터넷을 통해 남양 영업사원의 ‘폭언’이 담긴 음성파일이 퍼져나간 여파다. 이 영업사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던 사실이 드러나, 남양유업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회사 측은 지난 4일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참담한 심정으로 실망을 안겨드린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을 ‘비윤리적 기업’ ‘악덕기업’ 등으로 부르며 불매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매출 하락이라는 치명타로 남양유업에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7일부터는 편의점가맹점주협회까지 가담했다. 일부 점주들이 남양유업 제품의 발주 자체를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불매운동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8일 기자가 방문한 편의점들은 점주가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곳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남양제품을 선택하지 않은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듯 했다.

대형마트는 매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6일 기준, 남양유업 제품이 일주일 전과 비교해 4~5% 정도의 매출감소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의미한 수치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매출이 큰 주말(11일 이후) 집계치로 불매 영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은 9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겠다고 8일 밝혔다. 대국민 사과는 피해대리점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남양유업이 꿈쩍도 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러나 사회적 비난여론과 함께 불매운동이 본격화되고, 이와 함께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수습 방안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일 주가 또한 크게 떨어졌다.

남양 측은 9일로 예정된 대국민 사과 발표를 통해 ‘상생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슈퍼 갑(甲)’으로 대리점주들에게 도를 넘은 각종 횡포를 부려온 남양유업이 어떤 방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남양의 행동에 진정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이 협의회를 구성해 고통을 호소한 지난 수개월 동안 회사 측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4일 ‘욕설 파일’ 사건으로 공식 사과문을 게재한 후에도 남양은 현재까지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정승훈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 총무는 “과연 진심으로 사과의 마음이 있다면 홈페이지에 사과문만 띄워놓고 피해자들에게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피해자들과 참여연대 등은 9일 남양의 사과문 발표 후 공동회견을 열고 ‘근본적 대책 및 피해자에 대한 진심의 사죄’를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