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거울영상효과’란 것이 있다. 거울영상효과란 적대적인 일방의 행위가 상대방에게 대칭적인 반작용을 일으키면서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효과를 의미한다. 이러한 거울영상효과는 그동안 남북한의 군비경쟁과 체제 대결과정에서 잘 나타났다.

거울영상효과는 냉전시대 소련과 미국 관계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제시된 것으로써 “상대방의 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그에 대한 나의 왜곡된 인식과 ‘절묘하게도 유사’한 것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예를 들면, 두 개의 주권국가가 서로 상대방에 대해 ‘그들은 공격적이고, 그들의 정부는 국민을 착취하고 기만하며, 국민은 정권에 대하여 지지를 보내지 않으며, 그들은 믿을 수 없으며, 그들의 정책은 폭압적이다”고 인식하는 것이 거울영상효과이다.

즉 “두 당사자가 서로를 적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이미지가 거울에 비친 모습과 실제 모습의 관계처럼 위치만 정반대일 뿐 생긴 것은 똑같다는 상태”가 거울영상효과다. 오늘 남북한의 현실을 어느 정도 설명해주는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원인제공이란 측면에서 보면 북한이 그 당사자가 되고 또 모든 결과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최근 통일부 장관의 남북대화 제의와 안보분야의 언밸런스에 대해 갑론을박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우리는 통일부 장관은 어떤 환경에서도 싸움을 말리는 자리여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이 난세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대화를 제의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본분에 맞는 결단이라고 본다. 아마도 지난 정권 시절이라면 어떤 장관도 자기의 소신을 피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안보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정책을 펼친다면, 통일부 장관은 두 체제의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기반위에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반발하면서 북한의 김정은이 한반도를 뜨겁게 달궈 온 지도 벌써 4개월이나 되었다. 과연 북한의 지도집단이 스스로 이성을 회복하고 한반도 평화에 동참할 수 있을까. 그렇게 쉽게 끝낼 강경압박이라면 애초에 시작도 안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주체세력은 당연히 대한민국이다. 인류의 보편적 대세인 자유민주주에 기초하여 앞으로 우리의 체제와 제도를 북한에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진리다. 북한 주민에게 선택권을 주어도 그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 북한의 김정은은 강경 군부에 포박되거나 그들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 3대 세습의 레짐 셋팅에 광분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개최된 노동당 전원회의는 경제건설·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이란 21세기의 ‘신냉전논리’를 새롭게 천명하였다. 한반도의 밀리터리밸런스를 유지하고자 핵무력에 의존하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의지는 십분 이해하더라도, 과연 고갈과 피폐의 절정에 이른 빈털터리 체제를 가지고 한 가지도 어려운데 두 가지를 동시에 발전시켜 나가겠다니 그 말을 누가 믿고 따라줄까. 환경이 변하는데 따라 통일정책도 변화되고 통일준비도 착실하게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통일은 북한과 하는 것이며 보다 구체적으로 북한 정권보다 북한 국민들과 손잡고 하나 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박수 보내는 정책을 통일부가 만들어 낸다면 통일은 벌써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는 작금의 대결상태에서도 확고한 인내와 냉정을 통해 그 저력이 입증되고 있다. 북한의 ‘충돌의 충동’은 신뢰프로세스의 저력 앞에 저절로 머리 숙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통일정책은 한반도의 평화관리와 남북관계의 진전이란 큰 틀에서 우리 통일부가 주체가 되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통일부 장관의 이번 대화제의와 같은 신선한 행위가 북한변화에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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