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 김정은의 엄포와 허풍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 와 삿대질 한다”는 옛 속담도 있지만, 유엔에서 제재당하고 동족인 한국에 대고 ‘제2 조선전쟁’이요 ‘핵타격에 의한 불바다’요 하면서 연일 ‘말폭탄’을 퍼붓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김정일의 이와 같은 철없는 행동을 그의 어린 심리적 불안과 충동의 발로가 아닌지 의문을 던져보고 싶다. 어린이는 군사놀이를 대체로 즐겨한다. 장난감 총을 쏘는 흉내를 내고 여기에 많은 군대가 공격하는 상상은 남자 어린이들의 원초적 본능의 발현이다. 거기에 많은 ‘적군’이 두려움에 우왕좌왕하는 상상은 군사놀이 쾌감의 절정을 차지하는 법이다. 김정은의 올해 나이는 그야말로 피가 끓는 20대 말이다.

그에게 주어진 최고사령관에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직은 대단한 것이다. 차수와 대장들이 20대 지도자 앞에서 충성을 외치며, 백만 장병이 목숨을 바친다고 악악대는데 어찌 김정은이 두려움이 있으랴. 그 백만 장병이 김정은의 명령 한마디면 질풍같이 공격한다고 총검의 숲을 이루고 있는데 김정은의 원초적 본능이 왜 잠만 잘 수 있을까 말이다. 아마도 김정은은 자신의 롤모델 김일성이 6.25 한국전쟁을 통해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확보한 전례에 대해 너무 맹신하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그러나 김정은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우선 첫째로 북한은 현대전을 치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현대전이나 재래전쟁이나 전쟁에서 가장 준비가 잘돼야 하는 것은 군량미다. 북한은 군량미가 거의 고갈된 지구상의 몇 안 되는 나라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밀가루마저 장마당에 도매로 넘겨 통치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빈곤 정권’이 어떻게 선진국가인 대한민국과 싸운단 말인가.

둘째로 북중동맹이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의 불장난에 동조하지 않는 외부환경을 김정은은 명심해야 한다. 중국은 지금 어떻게 하면 북한을 도울까 고민하는 나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북한을 버릴까를 연구하는 중에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이번 제3차 핵실험 제재에서 보여준 중국의 태도는 분명하게 북한의 국제법 위반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정전협정 폐기 협박에는 대미·대남 메시지보다 대중국 메시지가 더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즉 북한은 이제 중국에 안보를 구걸하지 않고 중국을 버리고 미국과 동맹(평화협정)하는 결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김정은이 정녕 군사놀이를 계속 하려거든 이 순간에도 장마당에서 한 줌의 쌀을 사기 위해 애쓰는 노동자, 농민들에게 먼저 물어보시라.

또 세 명 중 한 명이 영양실조에 걸려 비실비실하는 군인들에게도 “전쟁놀이 계속할까요”라고 물어봐야 한다. 그들 모두 김씨 왕조 60년이 싫어 “전쟁이라도 콱 터졌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지만 내심은 평화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그런 평화를 말이다. 김정은의 군사놀이가 시간을 끌수록 그것은 북한 체제를 파멸로 몰아가는 위험한 불장난이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