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의 수도 평양은 국제정치적 공간에서 볼 때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었다. 그런데 일약 제3차 핵실험 이후 핵무기 보유국 운운하며 국제정치의 중심으로 진입했다. 김정은이 예상했던 몸값은 올라가지 않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평양의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최소한 ‘인질극’은 시작된 셈이다. 김정은의 핵전략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미국에 대해서는 위협, 중국에 대해서는 불만, 한국에 대해서는 협박, 북한 자체적으로는 공포조성이 바로 그것이다.

핵 광풍의 진원지 평양이 지금 심상치 않다. 연일 불바다 위협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가산제의 좌장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얼굴이 잘 안보이고, 고모 김경희는 임종을 눈앞에 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경희가 누구인가. 그는 백두산 줄기·만경대 가문의 최후 생존자다. 김일성과 김정숙 사이에서 태어난 그가 이제 운명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김정은 체제의 불안한 앞날을 예측하게 된다.

대동강물이 풀려 우수 경칩이 찾아온다고 평양의 냉각기가 사라지지 않듯 독재의 장본인들이 사라지는 것으로 평양의 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강경파 중 강경파인 김격식 대장이 인민무력부장으로 군부의 중심에 다시 서고 김영철 정찰총국장도 김정은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한반도 긴장의 비등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시간은 정의의 편이다. 북한의 허장성세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핵무기를 생산하고 국가적 군사훈련을 벌인다고 그것이 곧 북한의 국력이나 국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오히려 북한의 국력을 상쇄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고사포 부대 여군 운전병들은 그동안 차를 세워만 두었기에 위험한 고갯길을 운전할 수 없어 민간인 운전사들을 불러 차를 이동시키고, 갑자기 연료를 채운 탱크들은 디젤유를 토해내고 있는가 하면, 공군 조종사들 역시 갑자기 늘어난 비행시간에 멀미의 고통을 느끼고 있으니 이런 군대를 가지고 과연 대한민국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을까. 북한군이 휴전 이후 최초로 군인들에게 군번줄을 지급하고 있지만 워낙 체력이 딸리는 영실군대(영양실조 군대)들은 탈영의 줄을 늘이고 있다.

평양정권은 마치 핵무기가 있어 미국이 자신들을 침략할 수 없게 되었다고 큰 소리 치는데 그러면 그동안 핵무기가 없을 때는 왜 미군이 북한을 가만 놔두었는지에 대해서는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된 북핵 문제의 심연에는 사회주의권 해체 이후 북한의 고립과 체제붕괴 위기가 놓여 있다.

핵문제든, 경제문제든 모두 북한 자체의 문제이지 외부의 문제는 아니다.
지구의 공전으로 찾아오는 자연의 봄이 북한 땅을 피해갈 수는 없는 법, 평양이 연일 얼음장 같은 ‘말 폭탄’을 퍼붓고 있지만 문명의 흐름이 북한 통치자들의 심리까지 배려할 의사는 없는 것 같다.

핸드폰 소유자가 2년 사이 15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컴퓨터 보유대수도 300만 대를 돌파하고 있다. 얼음장 도시 평양을 녹이는 힘은 다른데 있지 않고 바로 서울에 있다. 북에 핵무기가 있다면 남에는 그것을 녹이고도 남을 문화융성의 위대한 가치가 범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는 일희일비의 대북정책이 아닌 영원한 통일정책이 될 것이다. 우리는 황사처럼 언젠가 지나갈 핵광풍 이후의 한반도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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